개별사업장 임금협상의 가이드라인이 될 노.경총간의 중앙단위 임금합의가
어려워짐에 따라 올해 전국 7천여개의 개별사업장의 임금협상이 큰 혼선을
빚을 전망이다.

한국노총이 지난해말부터 수차례에 걸쳐 경총과의 사회적합의에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박종근노총위원장은 지난8일 경총등 경제5단체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중앙단위의 임금합의가 이뤄질 경우 단위사업장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며" 올해는 경총과의 합의없이 독자적인 임금인상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거듭밝혔다.

노총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노.경총의 임금가이드라인을 지킨 사업장의
비율이 59.8%에 불과, 처음 중앙노사합의가 이뤄졌던 지난 93년의 80.0%에
비해 크게 떨어진데다 비노총계열 재야노동단체들의 제2노총설립준비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노사관계전문가들은 산업평화와 노사쌍방의 이익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적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경영성과 생계비 물가상승률등을 충분히 감안,합리적인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개별사업장의 순조로운 임금협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현장사업장의 근로자들이나 노조간부들은 "중앙단위 노사합의"의
필요성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있어 근로자들에 대한 설득력있는
명분과 함께 실효성있는 사회적합의안이 제시돼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우중공업의 홍순갑이사는 "사회적합의가 없어진다면 단위사업장은
결국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특히 "같은
노동강도의 일을 하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LG전자(금성사) 한만진노경정책실장은 "임금문제를 제외한 일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사회적 합의라도 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인 동양기전의 엄기화이사도 "임금가이드라인은 지난 2년동안의
임금협상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올해도 사회적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 93년 노사화합을 이룬 영창악기의 장태훈노조위원장은 "지난해말
노총위원장이 사회적 합의거부를 공표해 버린 마당에 번복할 경우
혼란만 가중된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현대자동차노조의 정순노정책실장도 사회적합의에 대해 "현장의
정서와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면 모르겠지만 기업별 여건이 서로 달라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대해 연세대학교의 이학종교수(경영학과)는 "노사안정 초기단계에는
협력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사회적합의가 필요하다.

다만 지금처럼 정부 기업 노조의 입장들이 판이하게 다를 경우에는
경영성과와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등 합의기준을 면밀히 검토, 상호
신뢰성있는 안을 만들어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노사문제협의회 황영환 사무국장은 "노사교섭은 자율적으로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사회적합의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체사업장을 업종별로 나누어 현실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면 효과를 기대할 수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