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계에는 왜 암 수 두개의 성만 있는 것일까.

지난 92년 영국옥스포드대의 유전공학자 허스트( L Hurst )박사는 두개의
성분화는 세포내에서 벌어지는 소기관들 사이의 싸움을 막기위한 안전장치
라고 결론짓고 그 싸움을 "게놈간의 갈등"이라고 이름지었다.

암 수 두가지의 성분화가 종의 영속을 도모하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유전적 재조합방법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암수가 짝을 지어 자손을 번식시키고 대를 이어가는 유전현상은 자연의
순리로서 지금까지 어김없이 이어져 오고있다.

그러나 자연의 순리도 갑작스런 환경변화에는 속수무책이다.

아일랜드 큰사슴은 1만년전에 자취를 감추었다.

공룡은 6,000만년전에 사라졌다.

한때 지구상에 살아싸닥 멸종된 생물은 수백만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것들의 멸종이유는 빙하기가 오면서 달라진 먹이와 환경변화 때문이었
다는 것이 학자들의 연구결과다.

지금 지구위에는 하계에 보고된 것만도 약 150만여종의 생물이 살고
있으니 인간의 환경파괴로 매일 50~100종의 생물들이 면종돼 가고
있다고 한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과 환경오염속에서 근근히 대를 이어가고 있는 생물
들에게서는 놀랄만한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있다.

그중에 현저하게 눈에 띄는 것이 서의 획일화, 즉 단성화현상이다.

악어나 거북은 알이 부화되기전의 온도에 따라 암수의 성이 결정된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학계에서 밝혀졌다.

미국 미시시피악어는 섭씨 32도에서는 수컷과 암컷이 태어나는 비율이
같지만 30도이하에서는 모두가 암컷, 34도이상에서는 모두가 수컷이 된
다고 한다.

반대로 늪거북이나 바다거북은 30도이하에서는 모두 수컷이 되고 30~
32도 이상에서는 모두가 암컷이 된다고 한다.

이처럼 기온에 따라 암컷만 생기거나 수컷만 생긴다면 결국 종자가
끊길수 밖에 없다.

남해안의 고둥 굴 홍합등 구류가 암컷이 수컷화되는 "암포섹스"현상을
보여 번식장애를 일으키고 있다는 한국해양연구소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선박이나 어구용 페인트의 독성때문이라지만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높아진 것도 원인의 하나가 아닌지 궁금하다.

어쨌든 자연의 순리가 무너져 내리고 세상이 자꾸 단성화돼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착잡한 심정이다.

인간은 단성화돼서는 안될텐데 세태를 보면 인간도 단성화로 치닫고
있는 퇴화도 이만저만한 퇴화가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