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필규 < 북경 > ]]]

중국은 미국이 뽑은 전가의 보도인 보복관세에 대해 7개항의 역보복조치를
발표했다.

일종의 무역전쟁선언이다.

중국은 그러나 한편으로 협상에 임할 뜻도 있음을 외교경로로 은근히
흘리고 있다.

미국도 협상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하는 제스처를 여러 루트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출구가 없는 저너쟁은 어느 누구도 원치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도 고개를 숙였다는 표시를 대외적으로 공개할수
없다.

따라서 활발한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통상외교의 기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미중무역전쟁은 보기보다 간단하진 않다.

그동안 쌓였던 양국의 응어리가 한꺼번에 표출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은 이번 전쟁을 "국가의 주권과 민족의 존엄"이 걸린 싸움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지극히 통상적인 문제로부터 출발할 미국과는
시작부터가 다르다.

미국의 대중무역제재조치는 중국이 고립상황을 견디기 어렵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가입문제가 걸려있다.

2백억달러이상의 막대한 대미무역흑자를 쉽게 버리지도 못할 형편이다.

중국은 이같은 미국을 "경제를 통한 정치패권주의"를 추구하는
교활한 대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도 할만큼 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세계경제속의 중국"이라는 위상을 찾기위해 관세율인하 투자분야확대등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했다는 얘기다.

중국은 미국을 배제한 파트너구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유럽및 아시아지역과의 협력이 이제 일정 단계에 도달했고
중국이 그들이 바라는 거대수요를 가진 "시장"으로 형성됐다는 평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무역전쟁은 양보할수 없는 게임이다.

먼저 고개를 숙이는 쪽이 앞으로 정치.경제면에서 아시아지역 영향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비기기"전략을 세우길
원하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명분찾기에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에도 침착성을 잃지않는 중국관가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미국이
상용하는 경제고립화정책에 대해 주변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할까를
생각해볼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