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서재한담] 조선업 안정경영 기반 잡았다 .. 김극천 <교수>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80년대초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면서 정부의 지원중단조치까지
    논의되던 조선업.

    정부와 업계, 학계간에 치열한 논쟁끝에 정부가 지원의지를 버리지
    않음으로써 지난 93년에는 수주량에서 조선강국 일본을 제치고 세계1위를
    차지하기까지 함으로써 국내대형 조선업체들의 안정적 경영기반까지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와 뜻을 같이 하며 정부의 지원계속을 주장했던 학계인사중 하나였던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의 김극천교수.

    당시에는 중단없는 지원을 주장했었지만 사실은 모험이었다고 그는 술회
    한다.

    결과가 좋아서 그렇지 만일 조선업이 그대로 무너졌다면 교수자리도 위험
    하지 않았겠느냐고 웃으며 말하는 김교수를 서울대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
    소장실에서 만났다.

    지난 53년 서울공대 조선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61년부터 서울대에 재직해
    온 김교수는 올해를 끝으로 정년퇴직, 조용히 쉴생각이라며 한국조선업의
    장래는 밝다고 말한다.

    -한국의 조선수주량이 지난 93년에는 만년 1위였던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했습니다만 기술면에서는 아직 뒤지지요.

    "상당히 놀랐어요. 거의 1천만t가까이 수주했는데 기적적이라는 생각이
    듭디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아무튼 한동안 경영부실에 시달리던 국내
    업체들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지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일단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좋고
    한국조선업계가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 점에서도 반가운
    일이지요.

    물론 이같은 호황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단한번 수주량에서
    세계최고를 차지했다고 자만해서는 안되지요"

    -자만해서는 안된다고 하셨는데 우리의 기술수준도 일본에 필적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지요. 요즘 세계화가 유행어인데 조선기술도 사실 세계화가
    되야 합니다.

    한국이 수주량 1위를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곧 기술경쟁력 1위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몇년간 한국이 일본에 이어 수주량 2위를 차지했지만 사실 전체
    물량면에서 보면 일본이 50%정도고 한국은 25%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명치유신시대부터 조선업에 손을 대온 일본에 비해 사실상 현대조선업이
    시작된지 25년에 불과한 한국이 이정도까지 올라 간것도 놀라운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기술이 뒤떨어진 점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적 열등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모든 공업이 다 그렇지만
    자체기술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미국이 첨단무기라는 점에서는 일본을 앞서고 있지만 이를 조절하는
    첨단시스템의 경우는 일본산을 사용하는 것처럼 기술전부를 독자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정이 이렇기는 하지만 한국조선업이 기술수준을 높여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종합적으로 봐서 기술수준이 세계1위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조선업이
    자동차 반도체등과 더불어 한국수출에 기여하는 공로는 크다고 봐야 하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조선업은 사실 출발당시부터 오로지 수출을 목표로 했고
    현재 성공을 거두었다고 봅니다.

    조선업계의 총수출액규모가 대개 연간40-50억달러선이 되는데 이는 총조선
    생산의 거의 90-95%가 됩니다.

    국내에 이런 산업이 없습니다. 자동차의 경우는 총수출규모가 조선보다
    작은데다가 내수가 60%를 넘습니다.

    또 조선의 경우는 이미 10여년전부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됐습니다.
    이만하면 조선업계가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같은 경쟁력은 유지가 될 것으로 봅니다. 기술경쟁력이라는 것이
    상대적인 겁니다.

    절대적인 잣대를 갖고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최근들어 조선업계가 안정적인 환경을 갖게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어려움이 많았지요.

    "어려움이 많았지만 특히 지난 80년대초의 전세계적인 불황은 한국
    조선업계에는 치명적인 것이었습니다.

    현대적인 조선업을 사실상 주도한 현대중공업의 경우 70년대에 시작하자
    마자 두차례의 오일쇼크가 닥쳐와서 어려움을 겪었고 후발주자인 대우,
    삼성등이 80년대의 불황기에 큰 어려움을 맞았습니다.

    정부의 사양산업지정움직임도 그때 나타났었죠. 사실 조선업이라는게
    기복이 있게 마련입니다.

    조선업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 해운업인데 이게 국제정세에 상당히
    민감하니까요.

    예를 들어 어느해 소련에 흉년이 들었다하면 그전까지만 해도 도크에
    매어있던 배들이 갑자기 밀어닥치는 밀의 수송수요를 감당해내기 어렵게
    되죠.

    세계경제전체가 호황을 보이면 해운업계가 호황을 누리게 되고 연달아
    조선업계도 호황을 누리는 식입니다.

    이렇게 국제정치, 경제정세에 민감하다보니까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갖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겁니다.

    사실 조선업은 대량생산이 불가능합니다. 모두 주문생산이죠. 조선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따라서 탄력성을 갖는 겁니다"

    -탄력성을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요.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 도크의 배경도시를 봅시다. 장승포같은 경우
    인구가 20만명쯤 되는 것으로 아는데 대부분은 대우조선근로자이거나 이와
    관계된 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불황이라고 해서 한번에 근로자를 4천명에서 5천명쯤 해고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근로자의 감원은 연관된 산업의 근로자 감소를 불러옵니다. 예를 들어
    국민학교교사도 불필요하게 많아지고 관공서 인원도 그렇습니다.

    이게 탄력성의 문제입니다. 국내업체중에서 이문제를 가장 잘 해결한 것은
    현대중공업입니다.

    경기의 기복에 대한 탄력성을 갖기 위해 배를 짓는 것만이 아니라
    철구조물, 건설업계와 연결해 육상구조물의 건조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힌
    것이 탄력성을 갖게 해줬습니다.

    다른 조선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 그룹내에 건설회사들을 갖고
    있는데 이들과 연계해서 육상철구조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조선업계가 갖고 있는 철강구조물생산 노하우를 이용하면 누이좋고 매부
    좋은 식이 됩니다"

    -업계에서도 이점을 잘 알고 있지 않겟습니까.

    "물론이지요. 그렇지만 사실 그동안 한국조선업계는 자리잡는데
    매달렸습니다.

    이제는 업계전체로 봐서 연간 5천억원정도의 흑자를 보는 등 안정적인
    환경을 갖게 됐으니까 앞으로 닥칠지 모를 불황을 대비해서 탄력성확보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본을 보면 매출이 세계에서 1위지만 선박건조외에 육상기계, 포크레인
    같은 산업기계, 철구조물등이 업계전체매출의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내수를 40%이하로 떨어뜨린 적이 없어요. 탄력성의 확보
    때문이지요"

    -탄력성확보도 문제지만 사실 조선기술자체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는게
    우선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조선업 초기에 한국업체들은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었습니다.
    조선강국이던 유럽국가들이 조선업을 사양산업으로 보고 규모를 축소하고
    있었거든요.

    때마침 조선업에 뛰어든 한국이 쉽게 기술을 사올수 있었지요. 지난 87년
    까지 해외에서 도입한 굵직한 기술건수가 127건인데 그중 13건만 일본에서
    들여왔고 나머지는 대부분 유럽에서 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유럽이 다시 조선업재건애 나섰어요. 쉽게 기술을 사오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이지요.

    이제는 자체개발에 나서야 하는데 그러자면 산연학엽동을 해야만 합니다.
    그뿐이 아니고 기업간의 협동도 중요합니다.

    일본의 경우 현대 대우 삼성같은 거대조선소가 7개나 되는데 서로 협동이
    잘 됩니다.

    기업간 협동을 해야만 좀더 구체적이고 규모가 큰 협동이 됩니다. 산연학
    협동은 아무래도 규모가 작고 기초적인 것에 집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기회만 있으면 대학하고 협동하자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끼리 협동하라고 합니다.

    떡을 만드는 것에 비유하자면 쌀을 가루로 내는데 까지는 기업끼리 협동을
    하라는 겁니다.

    그다음에 불, 물등은 각자가 알아서 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적당히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요즘 주부들도 그러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밥을 맛있게 해야하나 고민
    하지 않고 그저 적당히 밥을 한다음에 좀 질면 미안하지만 그대로 먹어
    달라고 합니다.

    이래서는 안됩니다. 기술은 100%완전해야 합니다"

    -30여년동안 교수생활을 하셨으니 제자도 많을테고 조선업체의 최고
    경영자들도 많겠습니다.

    "재미난 얘기 하나 할까요. 현재 현대,한진,대우사장들이 모두 법대
    출신입니다.

    아직 대기업사장급은 없는 거지요. 물론 부사장,전무,상무등은 거의 70%가
    조선공학과 출신이지요.

    지난번에 내가 소장을 맡고있는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 개소식을 하는데
    앞에 말한 세사람이 와서 우스개 소리로 자신들은 법대조선과를 나왔다고
    하더군요"

    -사장은 없지만 조선업계 대부분의 인재가 조선공학과 출신이라면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시겠군요.

    "학교선생은 두가지 보람을 갖게 되는데 하나는 연구업적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성과지요.

    그런면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정년을 1년앞두고 계신데 조선공학을 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사실 어렸을때 서울에 유학간 누이가 사다준
    별에 관한 책을 읽고 천문학을 전공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공대에는 그런게 없어서 별과 연관된 하늘을 생각하고 조선항공학과를
    택했어요.

    전공을 세분화할때 생각해보니까 항공학은 밥벌이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선을 택했어요.

    그게 오늘날까지 조선을 전공하게된 계기가 됐지요"

    < 대담 : 김형수 국제1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5일자).

    ADVERTISEMENT

    1. 1

      [아르떼 칼럼] 지금 화가 신사임당에 주목하는 이유

      최근 한국 미술계는 여성 작가와 전통 미술을 다시 읽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리움미술관은 여성 작가들의 실험성과 조형 언어를 재조명하는 전시를 잇달아 선보였다. 2025년 9월부터 연 이불의 대규모 개인전은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환기시켰다. 또한 호암미술관에서 3월부터 개최될 예정인 원로 조각가 김윤신의 회고전은 한 작가의 70년 예술 여정을 조망하는 자리다. 이런 전시들은 단순히 ‘여성 작가를 조명한다’는 차원을 넘어 미술사 서술의 관점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읽힌다.이 같은 흐름 속에서 신사임당을 다시 호명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그는 오랫동안 ‘현모양처’라는 상징 속에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의 미술사적 관심은 그를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한 화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한국 미술의 위상은 작품의 질보다 그것을 읽어내는 해석의 밀도에서 갈린다. 우리는 고미술을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 다뤄왔지만, 동시대 미술 담론 속에서 작동하는 언어로 전환하는 데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신사임당을 다시 읽는 작업은 한국 고미술을 미적 감상의 대상에서 조형적 사유와 시장적 잠재력을 지닌 자산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신사임당의 ‘묵포도도’는 단순한 소재 재현이 아니다. 윤곽선을 배제하고 먹의 농담과 번짐만으로 포도송이의 체적, 껍질의 긴장, 덩굴의 방향성을 조직한다. 이는 구조와 기운을 동시에 포착하려는 동아시아 회화 인식이 응축된 사례다. 화면 하단에서 상단으로 이어지는 덩굴의 흐름은 평면에 암묵적 공간을 형성한다.‘초충도’ 또한 자연 관찰의 기록을 넘어선 시각적 편집의 결과다. 수박 오이

    2. 2

      [천자칼럼] 신조어 제조기 월가

      미국 월가의 경쟁력 중 하나가 신조어와 약어를 만들어 내는 탁월한 능력이다. 입에 착 감기는 맛깔난 용어를 통해 복잡한 시장 상황, 기술 변천, 자금 이동 경로를 단박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2000년대 초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할 4개 신흥국을 지칭하는 브릭스(BRICs), 2000년대 후반 재정 위기에 휘말린 남유럽 5개국 피그스(PIIGS), 2010년대 미국 금리 인상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한 신흥 5개국을 가리키는 프래자일파이브(Fragile Five) 등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의 엘리트 경제학자들이 작명했다.월가 신조어가 집중된 분야는 물론 증시 주도주다. 미국 7대 빅테크(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를 묶은 말이 ‘매그니피센트7’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한 투자전략가가 1960년대 서부영화 ‘황야의 7인’에서 따왔다. 매그니피센트 7개 기업의 첫 글자 ATMMAAN에 브로드컴을 포함한 8대 대형 기술주가 배트맨(BATMMAAN)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작년에는 과격한 관세 폭탄 발언 뒤에 결국은 현실적으로 타협하는 패턴을 역이용해 단기 수익을 노리는 ‘TACO(Trump Always Chicken Out) 트레이드’가 최고 유행어였다. 인공지능(AI)을 빼놓고 증시 트렌드를 거론하는 것이 무의미한 지금, 새롭게 등장한 월가 테마주 이름이 ‘헤일로(HALO) 트레이드’다. Heavy Assets, Low Obsolescence의 약자로, 막대한 자본 투자에 따른 높은 진입 장벽으로 진부화, 곧 도태 위험은 낮은 산업군을 뜻한다. 인프라, 전력망, 철도, 에너지, 중장비 등 실물 자산에 기반한 업종이다. 챗GPT나 제미나이가 소프트웨어 기업은 파괴할 수 있어도, 전기를 생산하거나 직접 땅을 파는 일

    3. 3

      [사설] 훼손된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노사협상으로 날 샐 판

      지난 15년간 노사 간 교섭의 기본 틀로 기능해온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이 크게 훼손됐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란봉투법 시행(3월 10일)을 불과 열흘가량 앞둔 어제 발표한 ‘교섭 절차 매뉴얼’에서 “원·하청 노조 간 단일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적시했다.매뉴얼대로면 원청 사업자는 원청 대표노조와 하청 대표노조 등 최소 2개 이상 노조와의 교섭이 의무화된다. 복수 노조가 허용된 2011년 이후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명시하도록 한 노동조합법에 배치된다. 하위 법령으로 상위 법인 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법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작년 9월 노란봉투법 입법 이후 ‘교섭창구 단일화 철폐’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거대 노조를 막판에 일방적으로 편든 모양새다.지난 23일 시행령과 해석지침 최종 발표 때까지만 해도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을 유지했으나 불과 나흘 만에 뒤집은 것도 논란 거리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자는 진짜 사장과 교섭하고 싶어 하며 교섭 분리로 입법의 취지를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하청노조가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하려면 원청노동자까지 포함한 교섭창구 단일화가 필요하다던 종전 입장을 바꿀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이대로라면 원청 사업자는 수십·수백 개 노조와 무제한 교섭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노조 입장에서는 근로조건·고용 형태가 비슷한 하청노조끼리 연대하는 등 다양한 교섭 전략 구사가 가능해졌다. 앞서 시행령 등에선 ‘하청노조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과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