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작가 오에 겐자부로씨가 1일 서울에 왔다.

한국 크리스찬아카데미(원장 강원룡)와 일본 이와나미서점이 공동주최하는
한일심포지엄 "해방50년과 패전50년-화해와 미래를 위하여" 참가차 내한한
오에씨는 이날 오후3시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감을
밝혔다.

"90년에 이은 두번째 방문입니다. 그때는 입국허용 문제로 공항에서
3시간이상 기다렸는데 오늘은 30초만에 수속이 끝나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오에씨는 또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역할은 아시아 여러나라를 포함한
인류전체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를 이루어내는 것이라고 본다"며 "종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 여러형태의 불행한 일 또한 감싸안아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오에씨는 그러나 일본의 경우 세계에 무슨 커다란 공헌을 하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세계로부터 "욕"을 먹지 않도록 겸허한 자세로 임해야 하고 자신의
문학적 지향점 역시 그곳에 두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의 절필선언과 관련,"평생 글을 안쓰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1주일전 탈고한 마지막 작품을 끝으로 향후 3~5년동안 공부에만 매달릴
생각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상처치유"와 "세계화해"의 깊이있는 소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문장이 난해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쉬우면서 깊이있는 글로 스스로의 벽을 뛰어넘고 싶기도 합니다"

그는 장애자인 아들을 예로 들며 "고통과 절망을 뛰어넘게 하는 것은
예술뿐"이라고 강조하고 "21세기에는 과거 변두리라고 여겨지던 나라에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3일 아카데미하우스 대화의집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 참가, "희망과
두려움을 안고"를 발표한 뒤 "동북아 생명공동체와 새 문화창조"의 발제자인
시인 김지하씨등과 토론한다.

4일 오후3시에는 교보빌딩 10층강당에서 "전후 일본의 걸음과 나"라는
주제로 공개강연회를 갖는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