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제국의칼] (705) 제3부 정한론 : 대내전 (40)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막부 말엽에 히사미쓰는 공무합체를 주장했었다.

    막부를 없앨 것이 아니라, 타협을 해서 황실과 권력을 공유해 나가는,
    말하자면 합작형태의 새로운 체제를 지향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이고와 오쿠보가 주동이 되어 기어이 막부를 타도하고 왕정을
    복고하더니, 마침내는 번을 없애는 조치까지 단행했으니, 그로서는 그 둘이
    원수나 다름이 없었다.

    자기가 키워준 가신이 자기로부터 사쓰마번이라는 영지를 빼앗아버린
    격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 두사람의 얘기만 나오면 절로 증오가 솟구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아무리 권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어린 시절엔 형제처럼 지냈고, 대가리가
    굵어져서는 존황양인가 뭔가를 외치며 함께 뛰어다니더니, 결국 나중에는
    이런 내전까지 벌이며 서로 다투다니, 인간말자들이지 뭐요. 우리 사쓰마
    에서 그런 꼴불견이 생기다니, 큰 수치요, 수치"

    히사미쓰가 두사람의 개인적인 관계를 들먹이며 비난하자, 야나기하라는
    자기도 동감이라는 듯이 히죽이 웃어버렸다.

    히사미쓰를 통한 사이고의 단죄는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야나기하라는 또한가지의 임무를 띠고 가고시마에 왔는데, 그것은 지사인
    오야마를 도쿄로 구인하는 일이었다.

    중앙정부의 임명으로 가고시마현의 지사가 된 오야마는 겉으로는 정부의
    지시에 따르는 척 하면서 실상은 사이고를 위해서 현청 업무를 수행하다시피
    했으니, 그 죄를 태정관에서 묵과할 턱이 만무했다.

    더구나 사이고가 반란을 일으켜 군사를 거느리고 도쿄를 향해 떠나게
    되자, 보고문이라 하여 마치 중앙정부에 항복을 하라는 투의 글을 자기
    이름을 맨 앞에 서명하여 보내기까지 했으니, 미움을 사도 단단히 샀던
    것이다.

    수병들을 동원하여 현청을 포위한 다음 야나기하라는 몇몇 장교와 사병을
    앞세우고 지사실로 쳐들어갔다.

    "손들어!"

    "이 반역자야!"

    "이놈아, 네가 지사냐? 지사가 반란군의 편을 들다니, 어서 포승을
    받아라!"

    총검을 들이대며 냅다 고함들을 지르는 바람에 놀란 오야마는 순순히 두
    손을 들었다.

    뒤따라 들어온 야나기하라가 통고를 하듯 말했다.

    "오야마 지사 들어라. 오늘부로 지사직에서 파면이다. 그리고 도쿄로
    구인해 간다. 알겠느냐?"

    오야마는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고 있었다.

    포승으로 묶인 그는 그 길로 곧바로 군함으로 끌려가 갇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3일자).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세 가지 질문

      “딸이 다섯 살인데요…. 지난 4년 동안 아픈 아빠 모습만 보여준 게 제일 마음에 남아요.”30대 초반인 K는 대장암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이미 암이 전신으로 퍼져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 몇 년간 그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일상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러나 최근 뼈로 전이가 진행되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통증 조절을 위한 방사선 치료를 했고, 다행히 통증은 줄었다.병동 상담실에서 다시 만났다. 나는 K에게 이렇게 물었다. “지금 상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요?” 그는 더 이상 효과적인 치료가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병이 더 진행되면 무엇이 제일 두려운가요?”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딸에게 아프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통증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아버지라는 역할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날 나는 마지막 질문을 하지 못한 채 상담실을 나왔다. 원래 던지려던 질문은 이것이었다. “그 목표를 위해서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또 포기할 수 없는 건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외과 의사이자 작가인 아툴 가완디가 제안한 방식이다. 의료진이 답을 제시하는 대신,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 방법이다.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질문에는 두 종류의 문(門)이 있다. 한 번에 열어젖히는 여닫이문과 조금씩 밀어 보며 다가가는 미닫이문이다. 정보를 전할 때는 여닫이문이 필요하다. 하지만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순간에는 미닫이문을 선택하게 된다. 환자의 준비를 살피며, 열었다가 다시 닫을 줄 아는 문이다.치료가 어려워지는 시점

    2. 2

      [다산칼럼] 부상하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

      현대 자본주의는 데이터라는 새로운 원유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공장과 금융이 지배하던 시대를 지나 전 세계 정보를 연결하고 독점하는 플랫폼이 경제의 심장이 됐다.거대 정보기술(IT) 플랫폼의 경제적 영향력과 국가의 통치 권력이 결합한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가 새로운 질서로 부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 경쟁의 규칙은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축적 능력에 의해 다시 쓰이고, 소수 기업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플랫폼은 쇼핑과 검색의 창구를 넘어 결제, 의료, 교육, 행정 등으로 확장하며 공공 인프라가 되고 있다. 국가는 플랫폼을 전략 자산으로 육성하거나 플랫폼이 축적한 데이터를 사회를 관리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국가적 지원 속에 성장해 공공 서비스와 결합하는 모습이 이를 보여준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독점 규제 같은 과제도 커지면서 플랫폼과 국가의 관계는 협력과 통제를 오가는 긴장 속에서 재편되고 있다.이 체제를 떠받치는 동력은 데이터의 무기화와 글로벌 패권 경쟁이다. 데이터를 장악한 플랫폼은 소비와 이동을 예측하고 여론을 형성할 힘을 갖는다. 국가는 그 힘을 방치할 수 없고 규율과 동맹의 방식으로 플랫폼을 품는다. 동시에 미국의 GAFAM(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과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축으로 한 기술 패권 전쟁은 디지털 민족주의를 자극한다. 자국 플랫폼이 무너지면 데이터 주권뿐 아니라 결제·광고·콘텐츠 유통 기반까지 외산 생태계에 종속될 수 있다는 불안이 결합을 가속한다.주요국의 대응은 다르지만 목표는 플랫폼 권력의

    3. 3

      [차장 칼럼] 불닭은 매운 닭요리다

      삼양식품으로서는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세계적 인기를 끌어모으며 연 매출 2조원 시대를 연 불닭볶음면이 세계 곳곳에서 법정 다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 현지 업체가 짝퉁 불닭볶음면을 만들어 팔면서 벌어진 일이다. 힘들게 쌓아 올린 브랜드 이미지가 모방품과 유사품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니 오죽이나 괴롭겠는가.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삼양식품은 상표권을 등록한 88개국 가운데 27개국 법원에서 분쟁을 벌이고 있다.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지난달 9일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불닭 상표권을 두텁게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김 부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K브랜드를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해외 상표권 침해 문제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서는 양상”이라고 토로했다. 짝퉁으로 괴로운 불닭볶음면삼양식품은 가장 시급한 일로 불닭 영어 표기인 ‘Buldak’의 상표권 등록을 꼽는다. 삼양식품이 상표권 분쟁을 벌이는 해외 특허법원에서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한국에서는 보호받고 있느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표는 속지주의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소송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는 없지만 본국에서조차 등록받지 못한 상표라고 한다면 재판에서 유리할 리가 없다. 얼마 전 삼양식품이 이달 ‘Buldak’ 상표를 출원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한글 ‘불닭’은 상표가 될 수 없지만, 영어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삼양식품이 ‘Buldak’ 상표권을 획득하면 해외 시장 개척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삼양식품은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