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를 다룬 영화가 잇달아 기획돼 관심을
모은다.

이들 작품은 똑같이 불행했던 과거사를 다루고 있지만 접근방법에서는
각기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룰 정지영감독의 "울밑에 선 봉선화야"(대동흥업
제작)가 광복절 개봉을 목표로 2월말께 크랭크인 되고, 정진우 감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우진필름)는 4월까지 촬영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또 김수용감독은 문화의 차이로 인한 양국간 갈등을 휴먼드라마로
극복하는 "사랑의 묵시록"을 제작, 4월부터 일본 미국에서 동시개봉한다.

"울밑에 선 봉선화야"는 종군위안부 출신으로 이제는 할머니가 된
명희가 주인공. 한많은 여자의 일생이 어두운 역사와 맞물려 펼쳐진다.

한국 중국 일본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등 6개국 배우가 참여하고
중국과 남양군도 등 수난의 현장을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할 계획.

40억원이상이 투입되는 대작으로 완성후 세계 20개국에 동시 공급하는
것도 추진중이다.

정지영 감독은 "반일차원을 뛰어넘는 전쟁의 비인간성 부각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세계인이 공감할 내용을 담아내겠다고 말했다.

김진명씨의 소설을 영화화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현재 90%
가량 작업이 진행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핵소재 영화로서 핵물리학자 이용후 박사의 죽음을
추적하는 미스터리물.

사건을 파헤치는 주인공 권순범기자역을 정보석이 맡아 열연하고
황신혜가 상대역, 그리고 현직 대학교수가 캐스팅 됐다고 해서 화제를
모은 정진수씨가 이용후 박사로 나온다.

2009년 서울의 모습과 한일공군기 전투장면, 지하핵폭발 과정 등을
특수촬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작기간이 다소 길어졌다는 것이
우진필름측의 전언.

미국 프랑스 폴란드에서 촬영했으며 대우자동차, 경월, 노송가구가
협찬했다.

한편 "사랑의 묵시록"은 앞의 두 작품과 달리 개인사적인 관점에서
한일관계를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허튼 소리"이후 8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김수용 감독이 일본 MT휴먼
서비스의 연출교섭을 받아 제작했다.

광복을 전후한 30년동안 한국에 살면서 3천명이 넘는 고아들을
보살폈던 윤학자씨의 실화를 다뤘다.

윤학자(이시다 에리분)는 1911년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인 남편 윤치호
(길용우 분)를 만난뒤 목포에서 고아들을 헌신적으로 키워낸다.

6.25때 남편이 실종된 뒤에도 봉사를 계속하다 67년 암으로 사망했다.

한국정부는 문화훈장을 추서했고 일본에선 "윤학자 사랑의 모임"이
3백군데 이상 생겨났다.

16억원의 제작비 전액이 이 모임에서 제공됐다.

촬영의 대부분은 목포에서 이뤄졌고 올 칸느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