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화폐수량설에 의하면 통화량이 증가할때 물가는 상승한다.

오늘날 한국의 정책담당자들도 이를 금과옥조 처럼 여기고 물가가
불안하면 통화의 고삐부터 죄기 일쑤다.

그런데 이때 시장에서의 아자율은 어떻게 될까.

화폐시장에서 통화의 공급이 늘면 돈의 가격인 이자율은 당연히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물가와 이자율 사이에는 하나가 오르면 다른 하나는
떨어지는 역(-)의 관계를 나타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경제변수사이에 정(+)의 관계가 관찰되었는데
케인즈는 이를 깁슨의 역설( Gibson"s paradox )이라고 불렀다.

이같은 현상은 영불전쟁기의 물가를 연구하던 투크에 의해 처음 주창
되었는데 깁슨은 이를 물가와 저축 사이의 관계로 해석,물가가 떨어지면
가계의 운용자금이 늘어나고 따라서 이자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물가와
이자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피셔는 이에대해 금융거래의 당사자들이 예상물가를 기준으로 이자율을
정하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피셔효과로 알려진 이 이론은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장래에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금융거래를 하면서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게 되고 따라서 물가 상승은 이자율의 상승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케인즈는 투자수요의 변동에서 이러한 역설의 해답을 구하고자 했다.

즉 민간부문에서 투자수요가 늘면 이자율이 상승하면서 중앙은행에 의한
통화공급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때 증가한 통화량이 물가를 오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논쟁이 통화론자들의 화폐수량설에 대한 공격의 양상을
띠면서 통화론자들은 이같은 역설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즉 통화량의 증가가 반드시 이자율의 하락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영불전쟁기에 존재했던 이같은 깁슨의 역설은
전쟁 때문에 불가피했던 전비지출의 결과로 물가와 이자율이 모두 전쟁
이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상승했을 뿐 상호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