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바쁘다. 바빠"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요즘 삶의 환경을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빠듯하다.

하루에도 수십번이나 시계를 보면서 바쁘게 살아간다.

할일이 많아졌고 세상의 변화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친척 친구간에 안부 전화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생활에
쫓겨 각박하게 지내게 된다.

실제로 바쁘기도 하겠지만 "바빠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자혀 바쁜
것처럼 행동하고 바쁘다는 핑계를 남용하면서 정신없이 사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바쁘게 찧는 방아에도 손 놀릴 틈이 있다고 제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하루의 일과를 모두 써보라고 하면 어딘가에 틈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시간이 없어서." "바빠서."라는 변명은 핑계인 경우가 많다.

바쁘다고 하여 반드시 여유가 없는건 아니며 한가롭다고 하여 꼭
여유가 있는것도 아닌것 같다.

여유 만들기란 각자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너무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는 끊어지는 법이다.

바쁠수록 자투리 시간이나마 여유를 찾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가까운 서점에 들러 본다든지 조금 일찍 출근하여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필자는 가끔 토요일 오후에 좋다는 영화를 혼자서 보러 가기도 한다.
혼자서 무슨 재미로 가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지만.

일 중독증에 걸려 어느 회사 간부사원이 갑자기 조기퇴근제가 실시되자
퇴근후 많아진 시간을 보낼 방법을 몰라 얼마간 당황했다고 한다.

여유시간을 잘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돈과 시간을 적게 들이고도 누릴수 있는 여유의 노하우를 개발해
두여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비생산적인 오락 행위로 시간만 허비하기 쉽다.

요즘엔 기업도 사원들에게 많은 여가를 보장해주고 있다.

그럴수록 직장인들에게는 제한된 시간에 밀도있게 일하고 창조적으로
여유를 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개인의 경쟁력이며 국가의 경쟁력이 아니겠는가.

"바빠서."라는 핑게는 이제 그만 하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