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되게 됨에 따라 우리경제는 또 한차례의 개혁태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연두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실명제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는 김대통령의
언급이 있었을뿐 아직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으나 명의신탁의
금지및 벌칙강화 등이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의 실제 소유주 이름을 등기부에 올리도록 요구하는 부동산실명제는
금융실명제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만 법과
관행으로 오랫동안 허용돼온 제도인만큼 경제활동과 국민생활에
엄청난 충격과 과도기적 부작용을 수반할 위험이 있다.

종중 소유의 부동산처럼 불가피한 경우가 있는가하면 탈세 불법증여
투기거래규제회피 등의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악용하는 경우등 그
유형과 배경은 다양할 것이다.

아무튼 정부는 명의신탁제의 이같은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지난
89년 토지공개념의 도입당시,그리고 재작년의 금융실명제 시행직후등
여러차례 명의신탁제도의 폐지를 거론해왔으나 현행 민법의 계약자유
원칙에 어긋난다는 법조계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세계화를 지향하는 마당에 더이상 왜곡된 경제현실을 방치할수
없다는 뜻에서 부동산실명제는 이제 도입이 확실시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실효를 거둘수 있는
효율적인 시행방안의 마련이 관건이라고 하겠다.

은닉재산의 노출이나 세금부담증가 등을 피하려는 급매물로 부동산값이
폭락할 가능성도 있으나 1~2년의 경과기간이 예상되고 가등기,근저당설정
등의 편법이용으로 단기적인 폭락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임직원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보유했던 기업들의
경우는 명의이전에 따른 세금부담,여신관리규정에 따른 초과보유
부동산의 처분,계열기업간의 자산정리등 적지 않은 문제에 부딪칠것
같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값 안정과 투기근절 등으로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금융기관의 경우 부동산담보가액이 대출금액보다 훨씬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부동산값이 폭락하지만 않는다면 부실채권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다만 명의신탁이 폐지되고 실소유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소송에
휘말릴수는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부동산값이 안정되고 금융상품이 다양화되면
부동산담보대출 대신 신용대출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될수도
있을 것이다.

끝으로 부동산실명제가 실효를 거두려면 가등기,근저당설정 등의
편법을 막는 한편으로 명의신탁을 인정하는 대법원판례와의 상충해소등
법체계를 정비해야할 것이다.

요컨대 입법에 앞서 면밀한 연구검토와 충분한 경과기간 설정으로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해야 할 것이다.

전력비상은 이제 시도 때도 없이 겪는 현상이 되어가는 것일까.

여름철에만 찾아오는 것인줄 알았던 전력난이 비수기인 겨울철까지
연장돼 정부당국과 소비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고 있다.

이번 겨울은 아직까지 유난스런 추위가 없어 난방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아닌데 최근 전력공급 예비율이 여름철 못지 않은 6%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적정수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전력수급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새해 벽두부터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사고가
발생한 것도 아슬아슬한 전력예비율과 무관하지 않은성싶다.

정부당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또 전기료인상을 들먹이고 나섰다.

전력난은 올 여름은 물론 내년에도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통상산업부의
전망이다.

생활수준 향상으로 가정용및 상업용 전력수요가 크게 늘고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용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데도 발전설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수급불균형이 갈수록 구조적인 양상을 띠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요증가에 맞추기 위해 95~98년 건설예정인 발전소 29기
외에 9기를 추가로 더 건설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또 전기요금을 올려 발전소건설 재원도 마련하고 불필요한 전력수요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측면의 대책만으로는 역부족이며 결국 수요관리
강화가 문제해결의 핵심이라고 할 것이다.

전력수요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려면 우선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용 시설과 백화점 사무용빌딩 등에 적용하는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도를
대폭 확대 실시할 필요가 있다.

또 전력사용을 일정수준 이상 줄일 경우 요금을 낮춰주는 "자율절전요금제"
의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

전기제품 메이커들의 의식도 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선진국에선 제조업체들이 에너지절약형 고효율제품 개발에 앞장서고
소비자단체들도 이러한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아직도 일부 가전제품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시제도"를 행정규제로만 인식하는등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전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뭐니뭐니 해도 소비자들의 절전노력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에너지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현상이
지속되는한 전력난해결은 요원하다.

전력비상은 소비자 기업 정부의 3박자 노력이 맞아 떨어져야만 풀수
있지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는 안된다.

이점을 깨달아 미리부터 절약 절전을 실천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