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경부인 나카지마 다케히코로부터 간밤에 소무다의 육군 화약고가
폭도들의 습격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은 오야마 지사는, "호-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소 그려. 범인들을 체포해야 되지 않겠소" 하고 말했다.

약간 놀라는 기색이기는 했으나,걸코 언짢다거나 분노하는 빛은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무기와 탄약의 이송을 반대했고,그 정보를 자기가 기리노
쪽에 전해준 터이니 말이다.

화약고를 습격했다면 그건 기리노의 지시에 의해서 감행된 사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범인들을 꼭 체포해야 됩니까?" 묻는 나카지마도 묘한 표정이었다.

그 역시 사학교당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허허허." 오야마는 대답 대신 조용히 웃어 보였다.

잘 알아서 하면 되지 않으냐는 그런 웃음이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나카지마가 모를 턱이 없었다.

두사람이 겉으로는 지사요,일등경부로 상하관계의 관원이지만, 속은
말하자면 똑같이 시꺼먼 사이고 패거리니 이심전심일 수밖에 ..
나카지마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체포할 놈들은 따로 있는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정보에 의하면 도쿄의 경시청에 근무하던 경찰관들이 여러 사람
가고시마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흠-"

"겉으로는 정부의 처사가 못마땅해서 옷을 벗고 귀향했다고 한다는데,
그게 아닌것 같습니다. 아마 무슨 특수명령을 받고 오지 않았나 싶어요.
그 우두머리가 나카하라 히사온것 같은데, 지금 이슈인의 자기 친척집에
머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제야 오야마는 솔직한 말투로 지시를 내렸다.

"그렇다면 화약고 습격사건은 우물우물 젖혀두고, 그 나카하라 쪽을
철저히 감시하도록 하오"

"예, 알겠습니다"

지사와 일등경부는 또 서로 눈으로 웃음을 나누었다.

1차습격이 있은 다음날 밤에 같은 소무다의 육군 화약고를 이번에는
천여명에 달하는 폭도들이 2차습격을 감행했다.

사족들과 사학교 학생들이었다.

첫번째와는 달리 구차스럽게 복면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전날밤 남겨놓았던 세동의 창고를 다 부수고, 총기와 탄약을 모조리
탈취해 가버렸다.

그리고 이틀 뒤에는 이소에 있는 해군조선소의 부속 화약고를 또
천여명의 폭도들이 덮쳤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