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죽은 볼"을 치는 운동이다.

탁구나 야구, 테니스등은 살아 움직이는 볼을 반사동작으로 치는 운동
이지만 골프는 죽은듯이 가만히 있는 볼을 골퍼의 의지대로 치는 운동이다.

골프에는 또 동작을 방해하는 수비수도 없고 볼의 진로를 가로막는 네트도
없다.

골프는 동서남북 어느쪽으로 날려도 볼을 날려도 상관없고 1,000m를 날리
거나 10m를 날리거나 그것도 상관없다.

골프에는 무한한 자유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아무리 무한한 자유가 주어져도 죽은볼 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골퍼입문자들이 최초로 하는 소리가 "가만히 있는 볼 치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네"이다.

그 이유는 골프의 모든 동작이 이제까지 해왔던 것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몸을 앞으로 굽히는 동작은 일상생활에서 늘 하는 동작이지만 몸을 옆으로
90도 각도로 돌리는 골프스윙은 태어나서 거의 처음 하는 동작이다.

또 손으로 볼을 직접 다룬적은 많았지만 골프채라는 "막대기"를 통해 치는
것은 어릴때의 "자치기" 말고는 처음이다.

왼손위주로 골프채를 잡고 왼쪽 몸위주로 스윙하라는 것도 오른손위주로
길들여진 골퍼들에게 어색하다.

골프의 이같은 동작은 평생 써먹지 않았던 "근육" 들을 끄집어내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소위 "골프근육"들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쓰여지지 않는 근육들로 그걸
나이 40넘어 새삼 쓰라하니 동작자체가 뻑뻑하고 처음엔 아픈곳도 많이
생긴다.

여기에 더욱 곤혹스런 것은 "볼을 끝까지 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죽은 볼을 일단 치면 그 볼이 어디로 어떻게 날라가는가를 보고 싶은게
인간의 속성이다.

그래서 골퍼들은 클럽과 볼이 접촉하기도 전에 머리를 번쩍 번쩍들게
마련인데 바로 그점이 골프스윙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부분이 된다.

이는 본능을 의지로 제압해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어 꽤 어렵다.

<>.안쓰던 근육을 써야하고 본능과 반대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속성
때문에 골프는 "독학"이 안된다.

모든 스포츠는 "폼"이 생명이다.

폼이 좋아야 기량도 좋다.

더욱이 골프는 늙어 죽을때까지 할 운동인데 폼이 나쁘면 평생 그 폼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이왕이면 보기에 아름다운게 좋은 법으로 처음 배울때의 폼이 평생골프를
좌우한다.

"좋은 폼"은 두말할것 없이 전문가로부터 배워야 한다.

여러 속성상 골프에 독학은 없다.

설사 독학에 성공한다해도 그 독학에는 시간손실이 엄청나다.

레슨프로의 한마디면 고쳐지는 것을 열흘동안 헤매는 식이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