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 <대우경제연 선임연구원>

얼마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94년 세계경쟁력
보고서"를 계기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었던
적이 있었다.

IMD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세계41개국중 24위이고 18개
개도국 가운데 태국에도 떨어져 7위로 나타나 91년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부문별로는 금융(39위),국제화(39위),정부부문(31위)등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대해 정부는 IMD보고서의 단선적인 평가방법및 낮은 설물조사회수율
등을 들어 동 보고서의 신빙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지난해 가을에
발표한 스위스 유니온은행의 국제금융보고서와 금년 6월에 발표한 DRI의
국별 장기경제전망 자료를 토대로 오는 2010년 우리경제의 위상및
국가경쟁력에 대해 장미빛 미래를 발표하였다.

물론 우리경제가 국가경쟁력이 강화되어 21세기에는 세계 일등국가로
국제사회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국민의 한사람으로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위해서는 우리경제 현주소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진단을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국민들이 합심하여 국가경쟁력
이라는 수레를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세계경제를 흔히 무한경쟁 혹은 전방위 경쟁시대라 부른다.

이는 국제경쟁에서 영원한 일등이 없다는 뜻이다.

이번 IMD보고서에서 그동안 일본에 뒤진 것으로 평가되던 미국이 과거
10년간 쏟아져 나온 일본경영에 대한 보고서가 입증하듯이 일본기업의
경영기법에 대한 연구와 미국기업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을 토대로
각고의 노력끝에 지난해부터는 자동차등 주요 산업에서 일본을 끌어
내리기 시작하였고 급기야는 이번 평가에서 세계 제일의 자리를
복귀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UR협상 타결 이후 세계경제가 국제화.개방화라는 커다란 흐름속에
국민의식은 과거 수출지향.산업진흥시대의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정부에 기대는 수준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어떠한
제도나 정책이든 간에 그 운영이 장기적인 목표와 단기적인 이득과
서로 상층되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같은 모순에다 정부에 대한 정책동기나 능력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현재 우리경제는 재벌문제 산업구조조정문제 산업정책(넓게는
국가경쟁력 제고문제이다)등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정부가 발표한 대로 2010년에 세계 일등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국가경쟁력을 어떻게 제고해야 하는가.

개별사안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공통되는 원칙은 세계화.
국제화시대에 우리경제가 살아남기 위한 차원의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대세에 맞게 단계별 목표를 제시하고 개별단계에서는 목표와 현실과의
격차를 정책의 운영기법과 국민의식의 과감한 상향조정으로 메꿔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위해 우리경제의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은 매우 중요한 작업일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번 IMD보고서의 진단은 우리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따라서 동 보고서가 설령 우리경제 현실에 대해 정부가 만족할만한
수준에 못미치는 평가가 나왔다 하더라도 이를 겸허하게 받아 드리는
자세가 바람직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정부의 과잉 PR가 자주나게 되면 목표와 현실과의
격차를 확대시켜 향후 우리경제및 후손에게 그만큼 부담을 주게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