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광주비엔날레가 졸속으로 기획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88서울올림픽국제미술제를 넘어서는 사상최대규모의 국제미술행사로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있는 이행사가 촉박한 일정,개최방향설정의
부재,정례행사로 만들기위한 재원조달의 미비등으로 자칫 일과성
"집안잔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광주시는 광복50주년을 맞는 내년9월20일부터 11월20일까지 광주운암동
중외공원에서 세계50여개국 1백여명의 저명미술가들을 참가시킨 가운데
제1회광주비엔날레를 개최키로하고 조직위원회위원장에 임영방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위촉,세부적인 추진작업에 들어갔다.

조직위는 각계의 자문을 거쳐 올해안에 운영방식을 확정짓기로 했다.

그러나 많은 미술인들은 "불과 몇달의 짧은 기간으로 대규모미술제를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개최일자를
미리 정해놓고 꿰맞추는 식의 군사정권시절 밀어붙이기행정이 문민정부
에도 재현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는 것은 비엔날레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

국제비엔날레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최소2-3년 준비기간을 거쳐야한다는
것이 미술계의 중론.

남은 8개월여동안 홍보,작가선정,출품의뢰,작품접수 전시개막등을 모두
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를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른 여타 국제미술제와 구별되는,미술제의 성격이 갖춰지지않은 것도
큰 문제.

광주비엔날레가 여타 명성높은 국제미술제와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는
고유한 정체성이 있어야하는데 행사의 철학이나 방향설정조차 잡혀있지
않아 자칫 양적인 행사로만 치우쳐 1백억원의 예산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예산역시 58억원은 시예산으로 충당하고 전시관신축비용등은 나산실업
금호등의 지원을 받는다는 계획이나 광주비엔날레가 항구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자립적인 재정구조확보등 구체적인 기금확보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많은 미술인들의 얘기이다.

미술평론가 성완경씨는 "조직위가 결성이 돼있다고는 하나 실질적인
진행은 광주시와 몇몇 특정인사에 의해 이뤄지고있다"고 지적하고
"하루빨리 집행위원회와 소위원회가 구성돼 합리성을 바탕으로 일이
추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민예총광주지부를 비롯한 광주의 10개단체는 "광주비엔날레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지난12일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27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비엔날레추진과정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밝힐 계획이다.

또 내년1월20일께에는 "광주비엔날레개최에 따른 제반 문제점과 21세기
국제비엔날레의 새로운 모델제시"라는 제목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대책위측은 "광주비엔날레는 시민적합의를 바탕으로 광주시민이 주체가
되어 치러져야하고 추진과정이 민주적 공개적으로 진행돼야한다"면서
"광범위한 의사수렴의 과정이 결여돼있고 추진주체와 목적이 공개적으로
알려지지않은 상황에서 현재 진행중인 작업은 전면중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조직위원장조차 세부내용을 모를 정도로 행사추진이 소수인사에
의해 밀실행정으로 이뤄지고있는 점을 꼬집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세심한
준비아래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한 미술인은 ""국제의 대형전람회들이 졸속운영될 경우 세계현대미술의
재고상품처리시장이 될것"이라고 말한 프랑스의 유명평론가 꺄뜨린느
뮈네의 말을 되새겨봐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