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르게만 보이는 이민사회지만 조국의 맥박을 느낄때가 종종 있다.

더욱이 미국경기와는 아랑곳 없이 교포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빠듯해지는
요즘이기에 그 느낌이 더 크게 다가 오는지도 모른다.

세밑 이곳 뉴욕에서는 두가지 의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종의 시민운동이라 해도 좋을성 싶다.

하나는"광림 살리기 뉴욕교민 모임"이 결성된 일이고,또 하나는
"조국광복 50주년 대축제"를 개최하는 일이다.

건실한 기업의 표본인 광림이 경쟁업체의 음해로 도산위기를 맞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20일 교포 50여명이 모여 성명서를 채택하고 한인
사회내 시민운동을 펼쳐 나가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한인으로서 모국의 경제정의 실현에 앞장서고
모국에서 건실한 기업이 성장할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중에 광림이 만드는 유압기계를 취급하는 상인이 있다거나 경영진과
인척관계인 사람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고국의 사나운 경쟁풍토가 안타까워 자발적으로 참여했을 뿐이다.

조국광복 50주년 대축제는 뉴욕지역 한인교회협의회가 주관하고
있다.

내년은 또 유엔창설 50주년이어서 우리로서는 그냥 지나칠수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교협이 벌일 행사는 거창하다.

새해 첫날 0시,양뿔로 만든 양각나팔 소리와 함께 대축제는 시작된다.

이날 사용할 양각나팔은 이스라엘에서 공수해 왔다.

양각나팔은 7년마다 오는 안식년이 7번 지난 다음해인 "희년"에 해방을
알리는 성서적 의미를 갖고 있다.

주요행사는 LA에서 뉴욕까지의 자전거 대륙횡단,유엔평화비 제막,유엔
남.북한대표부를 잇는 평화대행진 등이다.

이밖에도 음악회,통일과 역사를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등이 있다.

모두 다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일들이다.

조국을 떠나 왔기에 조국을 그리는 마음들이 더 애틋하다.

그러기에 태평양 건너로 보이는 한반도의 현실.아직도 다툼이 끊이지
않고 50년이 다 되도록 합쳐지지 못한 우리의 처지가 갈수록 사무치는
것이다.

구세군의 종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시민운동을 보며 고국의 동포들이
타국에 있는 교포들 마음만 할까 생각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