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식 <국은경제연 연구위원>

최근 금융기관들이 다양화되면서 여러 측면에서 은행의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가고 있다.

다양한 비은행금융기관들이 설립되어 은행유사업무를 확대 수행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경제의 지속적 성장및 금융산업의 경쟁력제고를 위해서는
은행기능이 활성화 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서 은행이 금융산업의 구심점
으로서 금융부문의 혁신을 선도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담당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은행산업 금리규제및 정책금융제도등 내부경영의
자율성이 확보되지 못한 결과 경쟁국의 은행산업은 물론이거니와 국내외
여타산업에 비해서도 효율성 측면에서 낙후성을 면치 못해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 은행은 자율화,개방화라는 금융환경에 직면해서
효율성제고를 통한 질적,자생적 성장의 달성이라고 하는 절대적 명제를
풀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은행의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보았을때,특히 금융중개비용의 절감은
가장 시급하고 긴요한 과제일 것이다.

지급결제기능의 강화를 통해서 자금의 이동이 원활해지면 저축성향과
투자의 효율성이 동시에 제고될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은행은 지급결제기능의 후진성으로 인하여 현금및
자기앞 수표등의 외부화폐 감축을 통한 실물자본에 대한 축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내 신용카드산업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으나 지불결제제도로서의 문제점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카드의 위.변조 증가및 가맹점에서 발생하고 있는 매출전표의 불법행위
등은 신용카드의 신인도를 저하시키고 있고 불량채권의 증가,가맹점
수수료의 과당 경쟁으로 인한 수수료의 하향조정,그리고 연체누증등은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카드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도난,위.변조등으로 인한 부정사용금액
증가및 개인파산의 급증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내년초부터 발생될 예정인 데빗카드 국내진입은 자못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1970년대 중반기 미국에서 전자금융의 확대일환으로 처음 소개된
데빗카드는 소비자의 소매거래에 있어서 지그부단으로 사용되는
점에서는 신용카드와 같지만,신용카드가 신용거래의 수단으로 사용
되는데 비해서 데빗카드는 현금거래와 동일한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데빗카드는 직불카드로 번역되고 있으며 가맹점의
단말기와 은행의 정보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어 소비자가 상품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시점에서 그 대금을 소비자 자신의 계좌로부터
가맹점의 구좌로 직접 이체지급하는 것을 주된 기능으로 하는 카드로
정의된다.

데빗카드의 장점은 소비자 가맹점 은행등의 입장에서 각각 살펴볼수
있다.

첫째,소비자 입장에서 지급수단의 다양화,합리적 소비생활,편리성
안정성,그리고 가계부대용효과를 볼수 있다.

둘째,가맹점 입장에서 보면 안정적 매출,업무량 감축,비용절감 매출액
증대 자금회전 신속및 마케팅확대효과를 가질수 있게 된다.

은행입장에서는 리스크 없는 수수료수입 예금증대 원가절감,그리고
데이타베이스마케팅을 위한 정보원 획득이라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개방화,자율화및 이에따른 예대마진 축소등의 금융환경을 맞이하고
있는 국내은행들은 앞으로 더욱 전자자금이체 방식에 대한 전환을
과감하게 추진하여 동질적이고 표준화된 결제가 신속하게 이루어질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금및 자기앞 수표에 대한 수요는 점차 감축,은행의
효율성및 수익성을 제고시켜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야 하며 데빗카드는
바로 이러한 지급결제기능강화의 휼륭한 대안이 될수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