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말랭보(Edmond Malinvaud, 1923~)는 40년간 국립통계원(INSEE)에서
근무하였으며 동통계원 부설대학 학장, 재무부예측국장및 동통계원 원장
(1974~87)을 거친후에 1987년 이후 현재까지 콜레쥐 드 프랑스(College de
France)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나폴레옹 시절 설립된 콜레쥐 드 프랑스는 일종의 시민대학으로 각 전공
분야에서 한명씩의 교수를 갖고 있는데 이 대학교수가 되는 것은 학자로서
최고의 명예이기도 하다.

케네(Quesnay)-알레(Allais)로 이어지는 프랑스 경제학자의 맥을 잇고 있는
말랭보는 INSEE, CNRS(국립연구과학센터)의 경제이론 세미나를 통해 수많은
제자를 배출하였다.

불균형 이론을 비롯한 말랭보의 탁월한 여러업적이 인정되어 매년 노벨상
심사때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몇년전 말랭보가 노벨상을 수상하기로 거의 결정되었으나 그는 자신의
스승인 M 알레에게 영광을 돌렸다는 일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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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세원 서울대교수 ]]]

<>.김세원교수 =오랜만입니다. 그간 자리를 옮기신지도 꽤 되지요.

<>.말랭보 =7년전에 이곳으로 왔읍니다만 마음은 아직도 40년이나 근무한
국립통계원(INSEE)에 있습니다. 앞으로 그곳에 연구실도 가질 예정입니다.

<>.김교수 =유럽에 와보니 경제위기라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되고 특히 실업
문제가 심각한 것을 느낍니다.

아직까지 뚜렷한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고실업의 경향이
장기화 되므로 주기적 양상 보다는 구조적인 현상으로 보려는 시각이
지배적인것 같은데요.

<>.말랭보 =논쟁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최근 EU내 경기회복이 고용확대
를 수반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고실업 상태가 계속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두번째의 가능성, 즉 실업의 구조적 경직성은 특히 사회보장제도가 그
중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너무 과장된 감이 있습니다.

동료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실업과 사회보장제도간 상관관계가
적으며 경직성의 이유를 정확히 규명할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교수 =많은 사람들이 서유럽내 노동시장의 특성, 즉 다른 지역에
비하여 보다 규제(regulated)되었다는 데서 경직성의 이유를 찾으려 하는
것 같던데요.

<>.말랭보 =경직성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은 아니며 단순히 비과학적으로
사회정책과 같은 특정요인에만 책임을 돌려서는 안된다는 얘기지요.

그간 여러 연구가 있었습니다만 국제분업발전이 EU의 노동시장, 주로
미숙련 노동계층에 불리하게 작용해 왔다고 봅니다.

예를들어 일본 한국 대만및 홍콩등 동남아 지역으로부터의 수입급증은
유럽내 동종산업과 경쟁면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첨단산업과 연계된 기술, 숙련및 전문지식을 제고하기
위한 직업교육의 강화가 근본적인 과제의 하나로 대두됩니다.

어찌보면 노동시장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과 노동공급간 괴리가
커지고 따라서 교육제도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김교수 =이제 처방을 비롯한 장래전망에 관해 얘기를 나누지요.
얼마전 그 유명한 "말랭보 세미나"를 통하여 장기적 차원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건의를 하셨지요.

<>.말랭보 =아, 말씀드리려던 참인데 두가지를 건의했지요.

하나는 노동비용절감입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주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도 기업의 사회적 부담(social contribution) 특히 미숙련 노동의 경우
봉급에 대한 조세성격의 사회보장으로부터 부담을 낮추어 주어야 합니다.

선별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실현해야 하며 그 효과는 장기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다른 제안으로 특히 공공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장기적 성장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방향은 두가지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수요를 창출한다는
측면이고 또다른 하나는 비록 공공투자의 성격을 띠고 있긴 하지만 많은
부분 정부 재정보다는 민간 자본에 의존할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교수 =세계 어디를 가든지 국제경쟁력 강화가 중요 관심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유럽경제의 경쟁력 제고, 전략산업의 육성, 그리고 21세기 국제분업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 또 유럽내 실업의 확대가 보호주의의 강화를
가져오지 않을런지 우려되는 측면이 있군요.

<>.말랭보 =1970년대 중반이후 지속되어온 고실업이야말로 유럽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반영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서서 부분적으로는 유럽내 경쟁력강화를 위한 각종
정책에 힘입어 현재 이런 상황은 거의 끝났다고 믿습니다.

최근 진행되어온 임금상승억제를 포함하는 기업의 비용절감과 기술개발노력
에 한층 박차가 가해져야만 유럽경제는 미국및 일본과 더불어 중요 산업
부문에서 경쟁력을 유지할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못지않게 시장의 힘, 논리에 대한 신뢰회복도 중요합니다. 한예로
일본상품이 세계 시장점유율을 급속히 확대해 왔으나 언젠가는 엔화가치가
실세를 반영해야 한다고 믿었지요.

장기적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축적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 자체는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과의 분업, 경쟁구조를 바꾸어
나갈 것으로 봅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 경제발전을 이룩해 나가기 위해서는 장기적 시각에서
장래를 내다 보아야 하고 근본적으로 "시장의 힘"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신뢰가 곧 경쟁력제고라는 인식이 정착되어야 합니다.

기업노력도 필수적 유럽내 보호주의의 압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때로는
일부 국가가 시장 논리를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도 부인할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마디로 인류의 생활수준향상에 기여하는 세계적인 상품이 가져
오는 이익을 외면할수 없지 않습니까.

프랑스가 철강, 선박사업과 같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부문을 유지하려고
해도 곤란하지요.

이와같이 프랑스나 유럽도 시장기구를 통하여 산업재편성을 시도할때
이익을 얻을수 있고 경쟁력제고도 실현할수 있습니다.

<>.김교수 =한국내에서 시장기능의 활성화, 규제완화나 민영화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볼수 있는데 특히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이후
하나의 처방인양 전파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확고한 철학과 방향의 설정, 그리고 실천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