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경=최필규특파원 ]중국시장은 항상 "잠재적 시장"이라는 닉네임이
붙어 다녔다.

거대한 시장이긴 하나 현실성이 없는 시장.

그래서 언제나 "밑빠진 독에 물붙기식"인 시장.

투자는 하염없이 진행되도 이윤이 언제날지 모르는 시장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고방식은 송두리째 깨어지고 있다.

"중국시장중 항공 통신 자동차시장의 몫이 가장 크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황금덩어리다"

북경에서 최근 열렸던 중국패밀리카(대중차)쇼에 참가했던 미GM사의 토머스
맥다니엘부사장의 말이다.

지금 중국은 일본 미국 유럽 한국등의 자동차전쟁터가 되고 있다.

중국시장엔 자동차산업육성에 필요한 모든 전제조건이 다 갖추어져 있다.

광활한 국토, 방대한 인구, 경제발전성, 화교를 중심으로 하는 해외지원
시스템등이 그것이다.

중국정부도 이같은 이유로 자동차산업을 정책산업의 하나로 선정했다.

지난달 중국국가계획위원회는 21세기를 겨냥한 중국대중차의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대당 6만인민폐(한화 6백만원)정도로 연간 2백30만대를 생산한다는 내용
이다.

그러나 예상되는 수요는 이를 웃돈다.

각나라가 자동차산업의 중국진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단순히 이같은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자동차산업관련 기초공업을 패키지로 중국땅에 삼을수 있다는 "국가적
전략"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공작기계류를 중심으로 하는 기계설비의 수출이 가능해진다.

현재 중국의 기계설비는 60년대의 설비가 주종이다.

근래들어 외국으로부터 도입한 것도 낡은 기계설비로서 정밀성을 요구하는
자동차부품을 대량 생산할수는 없다.

중국자동차업계가 보유한 공작기게의 총대수는 3백만대이상이지만 쓸수
있는 것은 1백만대정도.

일본 무역진흥회(JETRO) 북경사무소는 2000년까지 고품질 차량을 연간
1백만대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공작기계류와 관련설비 조달비용만해도 최저
30억달러는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둘째 자동차합작생산진출은 철강제품판매와도 직결된다.

현재 중국철강회사들이 생산하고 있는 강판으로는 앞으로 늘어날 자동차
생산량을 뒷받침할수 없는 실정이다.

상해보산제철소의 자동차용 압축강판품질이 괜찮다고는 하나 물량을
맞추기에는 부족한 상태.

현재 자동차용강재가 중국 총철강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동차합작생산권을 따낼 경우 자동차용 강판의 대중수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용 수지 고무 유리도 마찬가지다.

자동차공업에 따른 한산업의 중국진출로 연관산업의 중국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따라 일본 미국을 중심으로 거대 자동차컨소시엄이 형설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96년이후 중국내 완성차생산티켓을 따기 위한 공동목표를 향해 일본자동차
회사들이 연합으로 한기업을 설장, 중국에 진출하려 한다는 계획도 들린다.

이 모든것이 일본 통산성의 지휘아래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