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당초 19일 단행되리라던 삼성의 임원인사는 이미 열흘이상이 지났으나
뚜렷한 이유없이 연기를 거듭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삼성중공업의
한중크레인 불법사진촬영사건등으로 1주일이상의 로스타임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경영구조및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변화가 인사를 늦추게
한 가장 큰 요인"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그동안 회장비서실이 모든 임원의 인사를 주도해왔지만 이번
인사는 각 소그룹에 임원인사권을 이양한데 따른 첫 임원인사라는
점에서 그만큼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이건희회장이 "실질적인 임원"이라고 평가하는 전무급이상 인사는
아직 비서실이 장악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선별작업은 마무리됐으나
소그룹이 맡게 된 상무급 이하의 인사가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각소그룹은 앞으로 "소비서실" 역할을 해낼 전략기획실을 마련
해야하나 금융보험그룹등에는 이같은 조직이 없어 실무가 늦어졌다는
것도 인사 지연의 이유이다.

소그룹의 전략기획실은 기존 회장비서실의 역할을 상당부분 넘겨받게
돼 있어 이에따른 인사또한 많아지고 있다.

그룹측은 현재 비서실과 소그룹의 전략기획실간 겹치는 업무는 대부분
소그룹 전략기획실로 넘긴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비서실의 전략1,2팀등 경영관리부문의 역할이 소그룹으로
넘어가면서 구성원도 소그룹에 나눠준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현재 1백50여명의 비서실의 구성원은 1백명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임원또한 계열사및 소그룹으로의 전보가 불가피하다.

그룹 관계자는 비서실의 축소가 실질적으로 각 계열사의 자율.
책임경영을 더욱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이 어느 정도의 인사승진폭을 잡아놓았지만 각 계열사,소그룹들이
승진대상자를 너무 선발,전체적인 조율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승진규모가 2백65명으로 사상 최대규모였다고 하나 이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승진대상자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새롭게 구성된 21세기기획단 해외사업단 사회봉사단등의 조직구성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

승용차사업진출을 비롯한 신규사업을 전담하게 될 21세기기획단은
이필곤회장 김무부사장(상용차담당) 홍종만부사장(승용차담당)등의
포스트는 결정됐으나 승용차사업이 삼성그룹의 최대 관심사업이라는
점에서 이에따른 추가 임원인사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의 기획기능 일부도 21세기기획단으로 넘어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재학사장이 맡고 있는 해외사업단 역시 내년부터 본격가동에 들어갈
해외본사에 대한 관리는 물론 해외복합화단지 해외투자등을 조율하게
돼 있고 해외본사 임원체제도 마무리해야하는 상황이어서 국제통
임원의 대규모 이동이 예견되고 있다.

따라서 각계열사-소그룹-그룹간의 이견조정이 다른 어느때보다
많아졌다는 그룹의 설명이다.

삼성그룹은 이번 주말,늦어도 내주초에는 임원인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