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사정이 문민정부출범이후 저금리정책및 금리자유화정책의 진전으로
많이 달라졌지만 이전에는 회사자금담당자들은 만성적인 자금부족으로 하루
종일 숫자와 씨름하면서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의 연속
이었다.

동병상련이랄까 이러때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고 조언을 해 줄수 있는
사람들이 그룹내 계열사의 자금담당자들이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

홀아비 사정 과부가 잘 안다고 자금마감시간이 되면 전화통을 붙잡고
급전을 찾고자 정보도 교환하고 돈줄을 찾아가다 보면 같은곳에서 만나곤
했다.

어렵사리 자금마감을 해놓고 나면 시간은 어느덧 한밤중 업무의 고달픔을
소주로 달래다가 5년전 어느날 필자와 노정익이사가 제의해 자금담당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현대그룹 자금담당자들의 모임이라는 뜻의 "현자회"는 이렇게 자연발생적
으로 생겨났다.

우리는 나아가 슬플때 어려움을 나눠갖고 기쁠때는 기쁨을 더하자고 회칙도
만들고 회원건강을 다지기 위해 분기별로 운동도 하기로 했다.

분기별 운동종목은 테니스 등산등 여러 의견이 나왔으나 결국 골프로
낙착되었고 회사마다 1명씩 15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다음 필자가 회장을
맡아 오늘에 이르렀다.

경규한(종합목재자금주장) 김일선(전자이사) 이상규(중공업 LONDON 지사)
이충구(정공자금부장) 임기태(자동차이사) 홍풍호(세일석유이사) 이동수
(정유이사) 여송형(중공업이사) 김종연(상선LA지사) 노정익(종합기획실
이사) 신원오(정유자금부장)씨등이 회원이다.

골프를 함께 하다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수 있듯이 자로잰듯이 또박또박
쳐나가는 임기태 여송형회원 사나이답게 장타를 고집하는 노정익 김일선
회원등 각가 개성이 나름대로 뚜렸하다.

하지만 공통점은 역시 회원 모두가 자금을 담당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한타한타 신중하고 세심하지만 잘 해야 주말에 한번 필드에 나갈수 있어
1백을 깨는데도 3~4년이 걸렸다.

이 모임을 통해 서로간에 희로애락을 같이 하면서 얼굴 표정만 보아도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수 있게 됐다.

우리들은 오늘도 현대그룹에 대한 무궁한 자부심을 갖고 항상 그룹발전에의
밑거름이 되자고 다짐하며 다정한 얼굴들을 찾곤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