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가운데 35%가 자신의 학력보다 업무의 수준이 낮은
직종에 하향취업하고 있으며 특히 대학졸업자는 절반 이상이 고졸과
전문대졸 수준의 업무로 하향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81년 졸업정원제 실시 이후 대졸자가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이상으로 양산된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인력양성구조의 재조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노동연구원의 어수봉박사가 지난해12월부터 올 1월까지
전국6대도시 2천5백가구 6천4백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업훈련 수요실태
조사를 분석, 28일 발표한 "일궁합(job match)실태와 노동이동"이라는
논문에서 밝혀졌다.

이 논문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가운데 취업자 3천3백83명의 51.4%가 자신의
교육수준과 걸맞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반면 35.4%는 교육수준보다 낮은
업무에 하향취업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졸이상 고학력자중 51.9%가 고졸이나 전문대졸 수준이 일하는
업무로 하향취업했고 전문대졸 이상 학력자중 47.5%도 고졸이하 수준의
업무로 하향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전문대졸 이상 고등교육을 받은 실업자는 전체 실업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80년 8%에서 지난해에는 25.6%로 급증했으며 이들의
실업률은 4.2%로 전체 실업률 2.9%를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하향취업자가 많은 것은 지난81년 졸업정원제 실시로 대폭 늘어난
대학신입생이 인력시장에 유입되면서 본격화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시기에 대학에 입학했던 현재 30-34세의 취업자는 연령대별로
가장 높은 43.6%의 하향취업률을 나타내는등 이세대가 극심한 구직난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대졸 25-34세 연령층의 평균 하향취업률은 단일세대의 학력별 그룹
으로는 가장 높은 50.9%(남자 52.8%,여자 45.4%)로 대졸자의 하향취업이
계속 심화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직종별 하향취업률을 보면 농림수산직이 45.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판매, 서비스직 40%, 생산직 39.4%, 전문기술직 24%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취업난이 가중되자 고학력자들이 전문기술없이도 취업이 가능한
직종으로 몰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기업규모별로는 근로자 1-29인의 영세기업의 하향취업률이 38%로
높게 나타났으나 그이상 규모의 사업장에서는 29-32%로 큰차이가 없었다.

근속기간을 보면 하향취업자가 정상취업자보다 약8%가량 근속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나 하향취업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산성향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박사는 "전문대학 이상 고등교육을 받은 취업자의 상당수가 고졸자
인력시장으로 밀려나 취업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학력화 현상이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을 수반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