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들은 모두가 따지고보면
인명을 경시하는 풍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부실한 다리를 시공하고 관리한 기업과 공무원,
돈 때문에 부모를 무참히 살해한 패륜의 아들,뺑소니차에 치어생명이
겅각에 달린 여인의 가방에서 쏟아져 나와 나리는 지폐를 줍느나
바쁜 행인들,이 모두가 오늘 우리들 주변에서 일어나느 일들이다.

한번 잘살아 보자고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해온 우리의 지난 세월의
보람이 겨우 이런 것이었던가.

부끄럽고 안타깝고 한심스럽다.

우리가 경제개발을 하고 문화를 창달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애써온 것은
생활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하여 행복한 삶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일은 모두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그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며 어디까지나 사람을 주체로 하고 존중하는데서 그 의미를 찾을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들은 물질적인 빈곤을 극복하려는
조바심때문에 무엇이 진정으로 잘사는 것인지를 잊어버리고 생명이
물질에 가리워져가는 것을 외면해온 것이다.

물질에만 가치를 둔 사회는 나밖에 모르고,경쟁을 통하여 남의 모든
것을 이기려는 극단의 이기주의를 마드는 것이다.

이런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오늘의 인명경시 풍조까지 몰고온 것이
아닐까.

진정으로 우리가 잘살기 위하여는 알게 모르게 우리 머리속에 자리잡은
경제적인 부에만 집착하는 이기심을 극복하는 일이다.

모든 일의 정당성을 인명존중에 두고 남을 나처럼 귀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혜를 회복한다면 우리는 보다 건실해지고 바른질서와
믿음으로 공존공영하는 화평한 사회를 이룩할수 있을 것이다.

이런 슬기로움이 나아가서 사람과 자연이 한테 어우러진 생명존중사상
으로 승화하여 인류의 당면한 환경문제를 극복하는데도 이바지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