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배 저 <한경 서평위원회 선정>

우리나라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역할에 관한 논의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상에 차지하는 비중,즉 고용수준이나 생산성수준,또는 부가가치
수준등에 기초해 중소기업의 역할을 평가하는 것으로서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및 지원활동의 준거가 되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중소기업의 역할에 관한 평가접근은 중소기업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과소평가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오도하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지난 수십년간 실시해 온 중소기업육성정책이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정책에 밀려 요식적인 지원수단으로 전락,중소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사실에서 찾아볼수 있다.

이처럼 위험천만하고 구태의연한 중소기업관 내지 편견을 시정하는데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하는 연구가 바로 어윤배 교수의 "복지국가와
중소기업"이라는 저서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중소기업관을 탈피하여 전혀 다른 시각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을 재조명하려는 연구로서 중소기업이 경제적 측면이외에
정치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지적
하고 있다.

저자는 중소기업이 정치적으로는 국민에게 자아실현의 기회와 여건을
제공하여 민주정치발전에 기여하고,경제적 측면에서는 경제력의 집중과
부의 편재현상을 시정하여 지역간 경제적 불균형해소에 기여하며,사회적
으로는 복지대상가정에 자영업을 시작할수 있는 기회를 주어 경제적
소득및 가정복지증진에 기여함으로써 민주복지국가건설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그는 또한 기존의 복지국가들이 재분배정책의 수단을 이용해서
사회보장과 완전고용의 실현을 통한 사회의 평등과 정의를 구현하려고
했으나 사실상 실효를 거두지 못하게 되자 복지대상자를 중심으로 취업
이나 자영업창업을 지원하는 사회 문화적 풍토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복지정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정책이 등장하게 되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그같은 복지대상자를 위한 창업지원이나 중소기업
육성대책을 단순한 복지정책이나 경제정책의 차원에서 추진하기보다는
복지국가의 이념적 차원에서 수립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복지국가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역할,제2부는 중소기업육성정책
의 문제점, 제3부는 중소기업창업배경과 기업가정신,제4부는 중소기업
경영활동의 본질,제5부는 중소기업인의 정치의식과 그 함의,끝으로
제6부는 자율화시대에 부응하는 중소기업육성정책의 방향과
중소기업가의 경영전략에 관해서 주로 논하고 있다.

(책사랑간 2백85면 1만원)

이윤식 <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