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는 물질의 기본 단위로 여겨져 왔고 이에 대한 개념은 시대에 따라 큰 변화를 겪었다. 고대 철학자들이 처음 원자론을 제시한 이후 현대 과학자들은 원자의 구조와 성질을 밝혀내며 물리학과 화학의 기초를 확립했다.기원전 5세기께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물질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소 단위인 ‘아토모스(atomos·원자)’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현대적 의미의 원자 개념은 19세기 영국의 화학자 존 돌턴에 의해 확립됐고, 이후 JJ 톰슨이 전자를,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원자핵을 발견하며 원자의 내부 구조가 밝혀졌다. 물질이 원자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그런데 수(數)는 무엇으로 이뤄져 있을까? 모든 정수는 소수의 곱으로 표현될 수 있다. 소수가 정수를 구성하는 원자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온 소인수분해는 단순한 산수가 아니다. 사실 소인수분해는 현대 암호의 핵심 기술이다. 1977년 개발된 공개키 암호화 기법인 RSA(Rivest-Shamir-Adleman) 방식은 현대 암호학의 대표적인 비대칭 암호화 방식으로 보안성이 높아 전자서명, 데이터 암호화, 금융 거래, 보안 통신 등에 널리 사용된다. RSA의 보안성은 큰 수의 소인수분해가 어렵다는 수학적 난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그러나 양자컴퓨터의 등장으로 RSA 암호화는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의 대표적인 ‘쇼어 알고리즘’은 소인수분해에 필요한 계산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해법을 제공해 RSA 암호화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양자컴퓨팅은 암호화폐 체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1982년 리처드 파인먼은 자연현상이 양자역학의 원리를 따르므로, 이를 시뮬레
지난해 겨울, 나는 서울에서 빈 분리파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티켓을 예약했다.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기하학적 포스터, 공예품까지 아우르며 빈 분리파의 예술적 유산을 총체적으로 보여줬다.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나는 의문이 생겼다. “이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고?” 빈 분리파의 작품이 왜 미술관이 아니라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것일까?우리나라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명확히 구분해 박물관은 역사적 유물과 자료를 다루고, 미술관은 회화·조각 등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구분은 1991년 제정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서 비롯됐다. 이 법에 따르면 박물관은 ‘역사·고고·인류·민속·예술·동물·식물·광물·과학·기술·산업 등의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하는 시설’로 정의된다. 미술관은 ‘서화·조각·공예·건축·사진 등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하는 시설’이다. 이런 법적 정의와 구분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동등한 층위의, 본질적으로 다른 기관으로 여기도록 만들었고 더 나아가 조선 후기까지의 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이후의 미술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관리하는 기이한 관행을 낳았다.본래 ‘뮤지엄(Museum)’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술과 과학의 수호신 ‘뮤즈(Muse)’에서 유래했다. 이후 각국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29조2000억원으로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다. 자녀들이 경쟁에서 한 발이라도 앞섰으면 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사교육 열풍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실 사교육을 나쁘게만 볼 일도 아니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실력을 높일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어서다. 획일적인 공교육으론 부족해 시장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구매하겠다는 학생과 학부모를 말릴 방법도 마땅치 않다.문제는 사교육 시장의 표적 연령대가 과도할 정도로 어려졌다는 데 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선 ‘4세 고시’ ‘7세 고시’ ‘초등 의대반’이란 말이 보통명사로 쓰인다. 세 살 이전에 영어유치원 입학을 준비하고, 초등학교에선 의대를 겨냥한 수학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찍 배운 아이가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선행불패’가 학원들이 내세우는 공통된 논리다.하지만 조기 선행교육이 사교육의 장점인 ‘효율’을 항상 보장하지 않는다. 7세 때 한두 달이면 뗄 구구단을 3세 때 가르치면 똑똑한 아이라도 1년 이상 걸리는 게 보통이다. 학습에 필요한 인지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학부모들은 배운 게 있으니 조금이라도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마거릿 버치날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 연구팀은 조기교육을 받은 만 3~5세 유아 4667명을 추적 분석한 연구를 지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만 9세까지는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올라가지만, 그 이후엔 조기교육의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 골자다. 6학년(만 11세)이 되자 조기교육을 받은 모집단에서 수학과 쓰기 능력이 뚝 떨어지거나, 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