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0월은 노벨상 수상자가 결정되는 달이다.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각분야에서 탁월한 기여를 한 사람들에게
세계최고의 영예와 엄청난 금액의 상금이 붙은 노벨상이 주어진다.

최근에 지존파와 온보현의 엽기적 살인행각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한편 이같은 흉악범죄의 예방을 위해 정부는 전전긍긍하고있다.

범죄예방과 관련해 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대의 개리베커
교수의 탁월한 연구업적은 새삼 되새겨 볼만하다.

베커교수는 기존 경제학의 연구분야를 크게 넓힌 업적으로 노벨상을
탔다.

그는 결혼시장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고 심지어는 종교행위의
경제적 동기를 밝혀내기도 했다.

베커교수에 의하면 남녀가 무조건 좋아서 결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결혼적령기의 남녀가 서로 데이트 하는중에 같이 결혼해서
두사람이 금전소득과 심리적 효용의 합이 가장 크게되는 사람끼리 짝을
짓는다는 것이다.

이밖에 범죄행위에 대한 베커교수의 업적은 더욱 두드러진다.

사실 범죄행위는 범법자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전제로 한다고 해서
기존의 경제학범주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베커교수의 견해는 달랐다.

물론 우발적인 범죄행위도 전혀 배제할수는 없지만 범죄자도 나름대로
사전에 이해득실을 합리적으로 따진다는 것이다.

범죄자는 행동개시에 앞서 체포될 확률을 따져보고 또 체포될경우 감당
해야할 금전적 손실과 물리적 형벌을 따져본다고 베커교수는 주장한다.

지난 추석날 지존파의 엽기적 살인사건 뉴스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었다.

또 이렇게까지 험악해진 사회분위기를 개탄했다.

그리고 정부당국은 시민들로부터 크나큰 불신과 원망을 사기도 했다.

한편 이들의 흉악한 범죄행위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있어 다양한 이유
들이 제시되었다.

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인간경시풍조가 지적되었고 범인들의 불우한
가정환경도 거론되었다.

또 심지어는 날때부터 타고난 범죄유발형 유전인자가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사항들은 범인의 범행동기를 일부 설명할수 있을지
모르나 범죄예방을 위해서는 그리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문제의 핵심을 비껴감으로해서 사람들이 앞으로도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소홀하게 할수 있다.

사실 물질만능주의 풍조와 윤리도덕의 타락은 수천년전 인류문명이
시작될때부터 이미 있었다.

인간의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물질만능주의는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는 것이 우리가 대책을 마련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흉악범죄를 저지를수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물론 불우한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범죄인이
될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는 이론적 가설은 성립한다.

그러나 이론적 가설때문에 못배우고 가난한 사람과 결손가정에서 자란
사람을 모두 잠재적인 범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고조되는 계층간의 갈등과 사회적 긴장감은 금방
위험수위를 넘어설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상적으로 자란 사람이라도 붙잡히지만 않는다면,그리고 붙잡혀
봐야 별로 손해될 것이 없다면 언제든지 범행동기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
베커교수의 이론에도 부합된다.

우리 사회도 선진국이 이미 겪었듯이 빠른 속도로 산업사회화 되고있다.

특히 우리 나라는 자동차보유의 급속한 팽창과 관련하여 예기치 않은
각종 부작용과 문제점들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자동차가 급속하게 보급됨에 따라 범인들의 기동력이
경찰기동력을 앞질러 가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범인들의 계산으로는 체포될 확률이 극히 미미하니까 범죄동기가 유발
되고, 또 증거인멸을 위해서 범죄행위는 더욱 과감해지고 포악해지는
것이다.

정부의 예산이란 항상 부족한 것이고 특히 민생치안을 위한 예산지원은
턱없이 모자란다는 사실은 잘알려져 있다.

그러나 무고한 시민이 백주에 납치되고 살해되어서는 정부의 존재가치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그러므로 경찰당국도 예산부족만 탓할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민생치안에 보다 높은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범인체포를 위해 첨단장비를 확보하고 과학적 수사기법을 동원
하는 등 더 한층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편 범죄예방을 위해 시민들도 해야할 일이 많다.

물질만능주의와 인간경시풍조를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대비를 해야한다.

또 국제화와 개방화의 물결을 타고 앞으로 우리나라에 세계각지의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릴 것이다. 따라서 각종 인명살상사건들이 앞으로도
꼬리를 물 것이다.

그런 환경가운데서도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는 생활의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우선 날이 어두워지면 부녀자들은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인심이 좋다는 선진국에서조차 자동차로 데이트하는 사람들은 인적이
드문 곳을 피한다는 것과 주행중 갑자기 누가 차를 세워도 함부로
차밖으로 내리지 않는 것이 이미 생활화되어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한다.

정부당국의 노력과 아울러 시민들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 새로운 각오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