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AI 시대, 일선 관리자가 조직 이끌게 하라
권기범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조직 구조의 판이 바뀌고 있다
실제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은 이미 더 평평한 조직을 실험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평평할수록 빠르다(flatter is faster)”는 기조 아래 조직을 더 평평하게 만들고 중간 관리 계층을 재편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60명이 넘는 직속 보고 라인을 유지하며 일선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직접 듣는다.
AI 시대 역할 커지는 일선 관리자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변화한다면, 사업 실행의 중심은 누가 될까. 바로 일선 관리자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직무의 전문성이 갈수록 더 세분화되고 깊어지고 있다.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한 복잡한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다양한 직무의 세부 맥락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중간 관리자가 전략 실행을 총괄하는 방식은 점점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현장에 밀착한 일선 관리자가 사업과 고객의 변화를 최고경영층과 직접 연결하는 구조가 더 자연스러워질 것이다.둘째, AI가 일선 관리자의 역할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재무 분석이나 인사 평가 같은 업무는 별도의 전문성을 갖춘 지원 부서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AI가 일선 관리자에게 데이터 기반의 예산 운용과 인력 관리 역량을 뒷받침하면서, 중간 관리자가 맡아온 일부 관리 기능까지 일선에서 수행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더 나아가 일선 관리자가 자신의 팀을 하나의 독립된 사업 단위처럼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자원과 정보의 제약 때문에 어려웠던 보다 기민하고 실험적인 조직 운영도 가능해지고 있다.
팀장 승진 기피하는 조직의 역설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한국 조직의 준비는 아직 더디다. 예전에는 과장, 차장, 부장으로 올라가며 조금씩 관리 범위를 넓히고 리더십을 연습할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수한 실무자가 별다른 훈련 없이 곧바로 팀장이 되고,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언제든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불안까지 떠안는다. “하마터면 팀장 할 뻔했다”는 자조 섞인 표현은 우수 인재가 일선 관리자가 되는 것을 기피하는 오늘의 역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AI 작동하려면 시스템 개편 필수
아무리 AI를 가르치고 시스템을 도입해도, 그것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권한 구조와 실행 체계가 없다면 또 하나의 반짝 유행으로 끝날 뿐이다. 사회기술 시스템(sociotechnical systems) 이론이 일찍이 지적했듯, 기술만 바꾸고 사람과 조직 구조를 그대로 둔 채로는 생산성이 저절로 높아지지 않는다.결국 AI 시대의 경쟁력 역시 AI를 기반으로 얼마나 빠르게 판단하고, 실험하고, 실행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혁신의 선봉에는 권한과 역량을 갖춘 강한 일선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