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생활에는 원시종교적 관념이 아직도 남아 있다.

자신의 안녕을 지키고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고자 원시종교적 힘에 의지
하는데서 생겨난 습속들의 유산이다.

어떠한 일을 하기에 앞서 날짜를 가리거나 불길하다고 생각되어온 숫자를
기피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음양오행설에 따라 길하고 복을 부르는 날짜를 가리는 택일, 유래는 알수
없지만 사라는 한자음과 같은 발음을 가진 숫자인 4를 마치 죽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관념이 그것이다.

한편 서양인들의 관념에는 13이라는 숫자와 금요일이 불길한 것으로 자리해
있다.

13일을 재수없는 날로 생각하거나 식탁에 13인이 함께 앉아 식사하는 것을
금기로 여겨왔다.

이것은 예수를 배반한 유다를 포함한 13명이 한자리에 있었던 최후의
만찬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독교보다 더 오래된 북유럽의 신화에서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12명의 신이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 나타난 싸움의 신인 로키가 싸움을
벌여 신들이 가장 사랑하던 발두르(오딘의 아들로 여름태양의 신)가
죽었다는 신화다.

금요일 역시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날로 기피되는 요일이다.

오래 전에 영국해군에서는 금요일이 불길한 날이라는 미신을 뿌리뽑고자
한가지 착상을 했다.

군함이름을 "프라이데이"라고 붙였는가 하면 진수식도 금요일에 하고 함장
까지도 프라이데이라는 사람을 임명했다.

그런데 그 군함은 금요일에 출항한 처녀항해에서 선원 모두와 함께 실종
되어 버렸다.

영국해군성은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줄곧 부인해 왔으나 선원들은
몇세대를 내려왔는데도 아직도 그 실종사건을 그대로 믿고 있다.

미신이란 어떠한 논리로도 깨뜨릴수 없는 것인 모양이다.

한국에도 서양의 문물이 들어온 뒤 어느덧 서양의 원시신앙적 관념이
자리를 하게 되었다.

"불길한 금요일"이 그 한가지다.

그런데 우연찮게 서울의 교통사고사망자가 가장 많이 생기는 날이 금요일
밤이라는 경찰당국의 통계가 나와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 현상도 서양적 미신에 근거한 요일의 특성에서 일어난 것일까.

한주일을 마감하는 긴장감의 해이와 방만이 커다란 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마의 금요일밤"을 무사히 넘기려는 시민들의 자구노력과 그것을 예방
하려는 당국의 대책이 함께 요구된다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