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은 그동안 검토해온 일반 은행부실채권의 연차적인 정리스케줄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부실채권의 청산은 은행의 경영부담을 없앰으로써 금융의 개방화 국제화
시대에 요청되는 금융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앞으로 은행경영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영혁신 노력과 부실채권이
많은 일부 은행의 경우 대손금적립으로 인한 이익금의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은행감독원 지침에 의하면 부실채권 청산을 위해 24개 일반은행은 98년까지
모두 3조5,14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되 연말까지는 1조6,430억원
을 적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경영이익에서 이같은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은행이 자체적립해야
한다는 것은 실태보다 좋게 과장분식해온 종래의 결산이 경우에 따라서는
적자나 감.무배당도 발생할수 있게 하는 실태그대로의 결산처리도 불가피함
을 의미한다.

특히 우리는 정상적인 대출심사의 무시가 이같은 부실채권 발생의 주인
이었다는 반성에서 이 조치가 앞으로 여신심사기능을 강화하는 금융관행의
개선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감독원의 의도대로 이번 지침의 실행이 일반은행의 부실채권을 일소하는
결과를 가져오면 좋은데, 여기에 한가지 의문은 98년까지 3조6,000억원만
상각하면 모든 은행의 부실채권이 정리될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연체 6개월이상의 대출금과 3개월이상 6개월 연체한 대출금에 대해서도
20%를 부실채권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은 그 여신의 부실채권화에 대비한
조치이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못받는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여신까지
망라했다고는 볼수 없다.

그리고 은행이외 금융기관을 포함할 경우 전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훨씬 많다고 보아야 한다.

때문에 광의의 부실채권규모를 생각할때 이번에 정리하려는 부실채권액은
과소추계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정리방안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은행의 리스크감각을 마비시키고
관치적 개입금융과 타율경영에 젖어온 지금까지의 금융시스템이 그 상징인
부실채권을 은행스스로가 정리하는 작업을 통해 자기책임의 경영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바꾸어 말해 부실채권의 상각처리가 되도록 개개은행의 자유재량권의
행사를 통해 이루어지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은행은 자기책임아래 채산성이 낮은 점포의 폐쇄 매각, 보유
부동산의 매각 임대 이외에도 기구조직과 급여체계의 손질등 리스트럭처링을
할수 있게 경영의 철저한 자율화, 즉 자조노력의 행동반경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