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다뤄야할 행쇄위위원들의 자질이
의심스럽습니다"

28일 정부종합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행정쇄신위원회를 참관한
사람들의 한결같은 푸념이었다.

앞뒤가 맞지않은 위원들의 자기주장과 무성의한 논리로 인해 아무 소득
없이 위원회가 공전된 것이다.

이날의 의결과제는 노동위원회 중립화방안과 소비자보호제도 개선방안등
2건.

박동서위원장은 이날 회의시작전 "상정된 2개의 안건이 위원회기획연구
과제로 오랫동안 논의와 검토를 거친데다 정기국회일정과 맞물려 관련법
개정시일이 촉박했으므로 이번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자"고 위원들에게
특별히 당부했다.

실제로 이들 안건은 몇차례의 실무위원회와 본위원회를 통해 의결안건으로
올라 있었다.

그러나 이날 위원들이 보여준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상정된 안건의 내용은 물론 문제의 핵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일쑤였다.

그동안 몇차례의 회의를 거치는 동안 관계부처공무원의 자세한 설명과
수많은 제출자료가 무색할 정도였다.

최종의결안건을 앞에 두고 "중립"의 개념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라든지,
이번에 못하면 다음에 하면 될것아니냐는 투의 무성의한 논의가 계속됐다.

처음 참석한 방청객조차 알만한 사안을 위원들이 착각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었다.

또 소비자피해구제영역의 확대문제에 있어서는 몇몇 위원들의 마구잡이식
발언으로 방청객들의 실소가 끊일새가 없었다.

"금융분야의 소비자피해구제영역의 확대를 다루면서 증권사전무, 금융
연구원장, D산업회장등 이해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위촉된 것을 이해할수
없습니다"

소비자문제에 관심이 있어 매번 위원회를 참관했다는 P씨의 말이다.

많은 국민들은 행정쇄신위원회가 문민정부출범과 함께 수많은 개혁과제들을
수행해온 것을 인정하고 있다.

또 그만큼 대통령과 정부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날 열린 행쇄위는 그동안의 긍정적인 평가에 완전히 먹칠을
했다는 것이 대다수의 시각이다.

회의내내 묵묵히 침묵을 지키던 한위원은 회의막바지에 이르러 "오늘
일당값은 해야겠으니 간단하게 발언을 마치고 일찍 자리를 뜨겠습니다"고
위원장에게 양해를 구한뒤 황망하게 사라지기도 했다.

대통령은 자신의 자문기구가 보이고 있는 최근의 이같은 퇴보적인 행태를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