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국면을 맞고 있는 미국기업들이 소비수요를 적기에 맞추기 위해 재고를
늘리고 있다.

경영합리화방안의 일환으로 수년전부터 일본기업의 "저스트 인 타임(JIT)"
방식을 도입, 재고를 최소화함으로써 금융비용을 줄이는데 주력해왔던
미국기업들이 재고증대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인플레를 감안한 3.4분기 경제성장률이 3.4%에 달한데다 4.4분기에도
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재고최소화에 매달려왔던 볼링거 인더스트리사의 경우 지난
여름부터 헬스기구및 운동복의 재고량을 30%나 증가시켰다.

철도파업등의 돌발변수에 대응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충분한 재고를 갖지
않고서는 경기활황세에 적극 대처할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

산업용 난로를 생산하고 있는 아바르 입센인더스트리사는 10-15%가량
재고를 늘렸다.

K마트는 연초부터 재고량을 지난해보다 20%나 늘려 4.4분기 크리스마트
특수에 대비하고 있는등 유통업체 역시 앞다퉈 창고를 채우고 있다.

경기활황세가 JIT방식의 효용성을 재고토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JIT방식의 재고비용절감효과및 그에따른 경쟁력제고효과는 막대하지만
경기곡선이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현상황에서는 적절치 못한 재고관리
방식이라는데 미국기업들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페인웨버그룹의 이코노미스트인 모리 해리스씨는"JIT방식은 오늘의
미국경제상황에는 부합되지 않는다"고 잘라말한다.

제지 철강 전자 화학원료등 대부분의 미제조업체들은 이미 공장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설비를 늘려 생산능력을 확대하기까지는 2-3년은 족히 걸리는데 주문은
밀려들고 있는 실정이다. 제품을 확보해놓지 못하면 수입에 의존할수밖에
없다.

전자업계의 경우 잘팔리는 제품을 중심으로 부품을 할당,제한생산해야할
형편이다.

게다가 소비수요확대로 각종 원자재및 부품가격도 들먹이고 있어 미리
생산해 창고를 채워놓지 않고서는 제조원가 상승과 그에따른 이윤율감소
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인플레기대심리 역시 재고증대에 한몫하고 있다.

고인플레 추세속에서는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실물자산을 갖고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물론 JIT방식에 대한 근본적 결함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빠른 배송을 원하고 있는데 교통사정은 이를 허락
하 지않아 자칫 생산및 판매에 차질이 빚어질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로이 샤피로교수는 "기업들이 재고비용감축에만
신경을 쏟는다면 결국은 또다른 문제에 부딪칠 것"이라며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생산공정의 합리화와 품질관리를 우선해야할 것"
이라고 말한다.

샤피로교수는 또 "JIT방식을 개발,적용하고 있는 일본기업들도
소량다빈도주문및 배송이 교통체증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인다.

미국기업들의 재고증대노력은 그러나 JIT방식의 전면폐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현재의 미경기상황을 놓고 볼때 제품확보가 관건이지만 JIT방식의
효율성에 대한 기본인식은 여전하다.

대부분의 소형 제조업체는 주문량범위에서의 신속한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대형업체들은 유통업체의 점두판매현황을 재빨리파악,재고량이 늘지
않도록 유통업체의 판매자료를 컴퓨터를 통해 입수하고 있다.

지난 여름 재고량을 늘렸던 볼링거사도 신규인력을 채용,유통업체의
점두판매현황분석을 강화하고 있으며 원자재 납품업체들도 이 자료를
이용케 하는등 JIT방식의 효율성제고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