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붕총리의 이번 방한은 지난 92년9월 노태우당시대통령과 올해 3월
김영삼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중국정부의 "사실상의 답방"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수 있다.

당초 정부는 강택민국가주석의 방한을 강력히 요망했지만 중국 국내사정상
내년으로 미루기로 양국이 의견을 조율, 우선 이총리의 방한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당과 정의 완벽한 역할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행정부 수반의 이번 최초 방한은 최근 중국지도층의 아시아지역
방문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볼때 북경이 한국정부와 국민을 어느 정도 의식
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이총리의 이번 방한은 우선 양국 최고지도층간의 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양국간 선린우호관계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될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한미, 한일관계등 외교관계가 가까운 나라일수록 정상급의 상호 교류가
많다는 것은 상대국에 대한 이해의 폭이 그만큼 넓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실적으로 세계 외교무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나라다.

따라서 중국과의 외교협력강화를 통한 국제무대에서의 우리 외교역량
확대라는 측면도 이번 이총리의 방한을 통해 기대되는 대목이라 할것이다.

이번 이총리의 방한이 갖는 의미중 눈길을 끄는 것은 양국간 경제.통상관계
가 가일층 발전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점이다.

수교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 인적.물적 교류의 괄목할만한 확대와
협력의 획기적 증대는 다가오는 21세기를 앞두고 한중양국이 발전의
동반자로서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고 이번 방한은
이에대한 상당한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양국간 산업.기술협력의 고도화를 통해 국제적인 기술경쟁시대에의
공동대응및 경제적 파트너관계가 더욱 공고해 질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질서재편과정에 있는 동북아에서 안보상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고 화해와 교류, 협력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

특히 김일성의 사망과 김정일의 등장등 북한권력의 재편기에 이루어지는
중국총리의 이번 방한은 한반도의 상황이 미묘한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시기적 측면에서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총리의 이번 방한이 가져올 기대효과로는 우선 양국의 최고정책결정자들
이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보다 격의없이 논의할수 있는 신뢰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점을 꼽을수 있다.

또한 현재및 미래의 한반도문제해결을 위한 중국측의 협력을 확보한다는
정치적 측면도 무척이나 중요한 대목이다.

북.미간의 합의로 북한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사실이나
궁극적인 해결에는 아직도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고 여기에서 중국측의
협조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는 것이다.

정치적 측면외에도 이번 방한을 통해 양국이 가장 기대하는 분야는 경제.
통상부문의 획기적 발전의 계기 마련이다.

양국간의 실질협력이 확대되면서 지난해의 경우 중국은 우리의 제3위
교역상대국으로 부상했고 우리는 중국의 제6위 교역상대국으로 떠올랐다.

이같은 변화는 양국의 공동발전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스스로의 발전에
어떤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는 공통인식을 갖게 하고 있다.

양국은 31일 항공협정을 정식 조인했다.

한중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로 해석되는 이번 협정체결로 양국간 각종 교류의
폭과 물량은 엄청나게 증대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지난 3월 한중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자동차 항공기 TDX(전전자교환기)
HDTV(고화질TV)분야에서의 산업기술협력에 관한 구체적 추진방향을 모색하게
된것은 양국의 경협단계를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총리는 이번 방한기간중 정치적 행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일정을
관련업체에 대한 방문을 통해 한국의 발전된 산업현장을 확인하는데 할애할
예정인 것만 보아도 중국이 한국에 거는 경제협력의 요구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짐작할수 있다.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를 설정함에 있어 간과할수 없는 것은 그들이 북한과
갖고 있는 "혈맹"의 우호협력관계다.

중국은 동북아에 있어 북한이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감안, 계속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도 스스로의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대중의존이 현재로서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중국과의 원거리외교를 통한 대북접근정책을 소홀히
할수 없는 형편이다.

중국은 두개의 조선정책을 분명히 견지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국가적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같은 외교적 현실을 직시, 북한을 개방과 통일에의 길로 유도하기
위해서도 중국에 대한 이해와 접근에 보다 많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총리의 이번 방한은 결론적으로 한중관계를 한차원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것은 물론 새로운 북한지도부에 대해서도 남북화해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할것이다.

< 양승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