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권교역전이 10월 24일부터 사흘간 뉴욕의 제비츠 전시관에서 열려
5년간의 시장경제 경험을 쌓은 구공산위성국가상품들의 미국시장 상륙
가능성을 탐색했다.

체크공화국,루마니아,러시아,우크라이나,슬로바키아공화국,폴란드등이
차려놓은 70여전시장은 얼핏보면 특별한 시선을 끌만한 것이 거의 없고
한산한데다 초라한 느낌마저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그들이 대표하고 있는 1천3백여 업체들과 수만점의
제품 그리고 세일즈 초년병들의 진지한 열성을 느끼게 되고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매력적 시장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머리좋고 발빠른 미국인 상인일뿐인 주최자는 사실 상당히 실망해 있는데
작년 최초의 전시회때 주류를 차지한 구소련 여러나라의 1백여업체들이
이번에는 몽땅 불참해 버렸기 때문이다.

루블화 파동등 경제불안이 그들의 세일즈행보에 발목을 묶어 버렸다는
설명이다.

출품국가중에서는 체크공화국이 그중 가장 조직적이고 수준높은 운영,
상담을 하고 있었지만 국영기업들의 장사솜씨가 으례 그렇듯 붙잡고
늘어지며 덤비고 대드는 경쟁이 불을 뿜는 그런 열기를 느끼기엔 아직
까마득한 처지였다.

체크 소비자상품의 수출입은 거의 대부분을 프라고엑스포트(Progoexport)가
도 맡는다.

체크에서의 마켓팅과 매니지먼트.부동산, 수출입대행등 거의 모든 상거래
대행의 에이전트 전문회사 마마(MaMa,Marketing & Management)도 한몫을 할
듯 싶었다.

미국 상무부가 세계의 10대 신흥시장으로 꼽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4천만인구의 폴란드도 아직은 60%의 산업이 국영으로 이번 참석자중에도
노동자 조합, 업종별 협회, 상공회의소등이 많았다.

루마니아도 마찬가지여서 지금 한창 민영화작업이 진행중인데 작년에만도
약 40만개의 민간회사가 출현했다고는 그래도 유통업의 45%, 수출입업의
33%만이 민간회사일뿐이다.

중공업,식품,교통,건설,관광등 기초 경공업제품 위주인 상품의 다양성은
오히려 중국에 비해서도 뒤지는 듯한 인상이었으나 품질만은 나은듯했다.

디자인 역시 서구적 취향이 베어 있어 동양상품보다는 훨씬 미국시장에
가까웠고 전통포도주도 여러 회사가 출품했다.

기초 기계공업제품과 화학,의약제품,화장품과 건설,광산장비의 수출을
그들은 원하고 있었고 관광투자회사들도 나와 있었다.

쇠가죽 냅색(멜빵가방)큰 것의 가격은 독일 함부르그항 인도가격으로
25달러, 인조 가죽 부스(장화)값은 23달러로 다소 비싼 편이었다.

그러나 안쓰러웠던 점은 굵직한 미국 주류 기업인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약2만명을 초청했다는데도 자국출신 동포들의 발걸음만 바쁠뿐 흥정
분위기를 느낄 수는 없었다.

동구권회사들은 국영, 민영을 막론하고 상품의 직접수출보다는 합작, 또는
자본도입을 더 원하고 있었다.

그들의 한계를 의식하기 때문인듯했다.

유럽국가들은 말할 것 없겠지만 미국에서의 대동구권 관심은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미상무부의 BISNIS(Business Information Service for Newly Independent
State)와 비영리단체인 US-NIS상공회의소는 동구권 전반에 걸친 정보제공을
해주고 있다.

동구권 사업정보자료 책자로는 The Other Europe(C.Enghola저,25달러)이란
동구권 사업정보자료가 맥그로 힐 출판사에 의해 발간되는등 책자 발간도
활발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