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들이 파생금융상품(디리버티브)의 리스크관리전략을 개편하고
있다.

전에는 기업이 파생금융시장에서 손실을 입으면 담당부서차원에서 전략을
수정하고 책임자를 징계하는 임시변통수준에 그쳤었다.

그러나 지금은 말단 담당직원에서 최고경영층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인
차원에서 종합적인 위험관리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미기업들사이에 새로 도입되고 있는 위험관리방식은 관리체제의 중앙
집권화가 핵심이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파생금융상품의 거래내역을 챙기는가 하면 부사장급의
리스크관리총책임직제를 신설하고 있다.

또 경리나 재무책임자는 물론이고 원자재구매부서직원이나 수출부서직원들
까지 참석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설립하기도 한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위험관리가 잘되고 못되느냐에 따라 기업의 수익이
크게 좌우된다는 경영층의 인식으로 이같은 전략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미비즈니스위크지 최신호(10월 31일자)는 분석하고 있다.

지난 1년간 파생금융시장에서 1억2백만달러의 손실을 본 프록터&갬블사는
최근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설립했다.

이 위원회는 재무및 구매담당부서장들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매달 한번씩 소집돼 파생금융상품외에도 금리, 환율, 원자재가격
변동에 따른 모든 위험을 점검, 분석한다.

분석결과와 앞으로의 전략을 담은 종합보고서는 회장과 중역들에게 전달돼
경영진의 점검을 받도록 하고 있다.

계기생산업체인 퍼킨엘머사는 각국 지사에 분산돼 있던 파생금융상품관리
업무를 본사로 집중시켰다.

관리비용을 줄일수 있고 리스크관리를 일원화할수 있어 경영진이 직접
거래내역을 챙길수 있는 잇점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체인 모건 스탠리는 부사장급의 리스크관리 총책임직을 신설했다.

리스크관리총책임자는 회사운영위원회에 참석하고 회계감사활동도 하면서
파생금융상품의 거래상황을 총괄 감독한다.

이회사는 파생금융상품딜러에 대한 보상체계도 재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떤 딜러가 파생금융상품거래에서 이익을 올리면 그에 상응
하는 인센티브를 주었다.

이때문에 딜러는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을 무시하고 단기적인 거래이익만을
추구하다가 큰 실수를 저질러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폐단이 있었다.

델컴퓨터는 앞으로 파생금융상품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지 않기로 했다.

파생금융시장을 본래의 취지인 헤지(위험회피)의 대상으로만 취급하고
이익을 노린 투기거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회사의 방침이다.

델컴퓨터는 지난 91년부터 93년까지 3년동안 파생금융거래로 1천3백만달러
를 벌었다.

그러나 올상반기에 3천2백만달러의 손해를 입자 더이상 투기거래는 않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시티은행도 프록터&갬블사와 마찬가지로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위험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직책을 만들었다.

동시에 어떤 파생금융상품거래에서 나타날수 있는 모든 리스크에 대해
시나리오를 작성, 상황변동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파생금융시장에서는 정확하고 신중한 결정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스위스뱅크는 "마킷쇼크"라는 이름의 위험관리방식을 새로 채택했다.

이 방식은 금리나 환율이 하룻동안 변동할수 있는 최대폭을 설정해 놓고
그에 맞춰 거래품목을 바꾸거나 거래량을 조정할수 있도록 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J.P.모건은행은 요즘 매일 오후 4시15분에 파생금융상품딜러와 담당
부서장들이 만나 위험관리회의를 열고 그결과를 1쪽짜리 보고서로 만들어
경영진에 보고하고 있다.

이것 역시 리스크관리의 집중화전략 일환이다.

기업들의 이같은 위험관리전략 재편에 대해 경영컨설턴트를 비롯한 기업
리스크관리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일단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 새로운 리스크관리방식이 회사내에 리스크관리문화를
심어주면서 담당부서와 딜러들로 하여금 보다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