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이현 쓰루가시의 미하마원전에서 북쪽 해안선을 따라 1km 정도만
올라가면 이중 철문이 굳게 닫힌 원자력발전소 하나가 나온다.

이곳이 바로 지난4월부터 고속증식로 시험가동을 시작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몬주원전.

핵연료가 타면서 원자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Pu239)을 생성해내는 특성
때문에 일본의 핵무장 의혹을 불러 일으켰던 몬주원전은 현재 실험가동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28만 정도를 출력할 예정이라고 이 원전관계자는 밝혔다.

"꿈의 원자로"라 불리는 몬주원전은 건설입지 선정에서 완공까지 24년이
걸렸다.

개발비만도 약6천억엔(보통 경수로의 두배)이 투입된 "일본 원자력 발전의
결정체"라 할만 하다.

아직은 원형로 단계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상업 발전을 하려면 적어도 30년
이상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게 몬주원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본이 경수로와 중수로에 이은 "차세대 원전"시대를 개막했다는
점에서 몬주원전은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몬주원전의 고속증식로는 핵연료가 연소하면서 또다른 연료를 만들어
낸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경수로등 일반 원자로는 천연우라늄중 0.7%를 차지하는 우라늄(U)235만을
연료로 사용한다.

이 경우 플루토늄을 추출하려면 타고남은 핵연료를 재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고속증식로는 천연우라늄의 99.3%를 차지하고 있는 우라늄238을
원자로내에서 바로 플루토늄으로 전환시킬수 있다.

이것을 다시 연료로 사용한다.

소모되는 핵연료에 비해 더많은 새로운 연료를 만들어 낼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론적으론 핵연료 이용효율을 경수로에 비해 60배이상 높일수
있다.

고속증식로는 당초 이같은 특징때문에 에너지문제 해결차원에서 연구가
시작됐던 것.

어쨌든 일본은 몬주원전의 가동으로 소위 "핵연료사이클"을 완전히 갖추게
됐다.

핵연료사이클이란 원전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서 타고 남은 우라늄
과 생성된 플루토늄을 회수, 다시 연료로 이용하는 순환체계를 말한다.

몬주원전 관계자는 "일본은 핵연료등의 목적으로 연간6백kg 정도의
플루토늄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는 40여기의 경수로에서 사용하고 나온
연료를 재처리해 4백kg 가량만을 추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10년간 일본은 연간2백kg의 플루토늄이 부족하다는 것.

지난해 프랑스로부터 1t의 플루토늄을 들여온 것도 이런 이유이며 이것으로
5년정도는 버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플루토늄을 확보하기위해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에 재처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의 건설비만 1조7천억엔.

일본은 이 핵연료 재처리공장을 완공하고 몬주원전의 고속증식로를 상업화
하면 완벽한 핵연료사이클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세계 각국이 우려의 시각을 던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일본이 플루토늄을 국내에서 손쉽게 추출해 낼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잠재적인 위험요소"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지금 당장은 원자력발전을 위해서라지만 이 플루토늄을 언제 어떻게
전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이 경수로보다 경제성이 뛰어난지 여부도 확실치 않은 고속증식로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핵무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다.

물론 몬주원전관계자는 "고속증식로나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를 재처리해
얻는 플루토늄은 순도가 70%도 안돼 핵폭탄을 제조할수 있는 순도 90%이상에
크게 못미친다"고 설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정기정박사는 이와관련, "원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를 재처리해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핵폭탄을 제조하는 기술은 쉽지
않은게 사실"이라면서도 "일본의 핵무기 개발능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일본이 몬주원전을 통해 플루토늄 양산체제를 갖추게 됐다는 점은 주변국들
의 신경을 곤두세우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 도쿄=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