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말쯤이면 자동차나 석유 혹은 컴퓨터기업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월마트나 K마트 같은 소매업체들이 세계최대기업으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실례로 미최대 소매체인인 월마트의 올매출액은 지난해(6백70억달러)
보다 25% 증가한 8백4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95년에는 1백억달러를 넘어설 기세다. 그렇게 되면 내년쯤에는 세계
10대기업안에 끼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 라면 월마트가 GM이나 엑슨을 누르고 거대 제조업체들위에
군림하는 "황제기업"이 될 날도 멀지 않다는 지적이다.

월마트의 저력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국제화를
꼽는다.

월마트의 베이스캠프는 미국이었지만 앞으로의 성장 드라마는 거미줄처럼
깔아 가고 있는 국제 네트웍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월마트의 국제화는 파죽지세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한해 만도 캐나다에
1백개에 달하는 체인점을 구축했다. 멕시코내에도 40개의 체인점을 짓기
시작했다.

홍콩에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대한 진출계획도 발표했다. 싱가포르와 칠레의
문도 집요하게 노크하고 있다.

소매업체들의 국제화는 월마트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프랑스의 프로모데&카르푸르,독일의 알디&텐겔만,벨기에의 델하이제,
네덜란드의 아홀트등 내로라 하는 소매업체들마다 기업매수합병등의
방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 하고 있다.

델하이제 같은 경우는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의류 소매업체인 이탈리아의베네통이나 스웨덴의 가구 체인인 이케아,
영국의 식품소매업체인 마크스&스펜스,미패스트푸드 그룹인 맥도널드
역시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국제화 기업들이다.

올들어서는 영국 최대 식품소매업체인 J.세인즈베리가 지난달 워싱턴
DC소재슈퍼마켓 그룹인 자이언트푸드사 의결권 주식 50%를 사들였다.

세인즈베리는 지난 87년에도 미뉴잉글랜드 지역 체인인 쇼스사를 매입
했었다. 세인즈베리는 이로써 미국에서 11번째로 큰 식료품업체가 됐다.

소매업 전문 조사기관인 코퍼리트 인텔리전스사에 따르면 지난 80년대만
해도 유럽 소매업체들의 해외 진출 계약 건수는 6백11건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들어서는 불과 4년만에 6백10건을 기록했다. 미
소매업체들의 국제화 속도도 날로 빨라지고 있다.

지난 91년만해도 유럽내에 영업망을 갖고 있는 미소매업체수는 15개에
그쳤으나 지금은 45개로 늘어났다.

국제화에 대한 야망은 아시아 지역 소매업체들 사이에서도 표출 되고
있다.

일본의 소고,다카시마야,야오한 같은 그룹들은 싱가포르와 홍콩 태국에
이어 서방세계로 까지 발을 넓혀 가고 있다.

소매업체들의 국제화 움직임은 세가지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첫째는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이제는 바깥으로 눈을 돌릴수
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다.

가령 영국 소매체인들의 국내 식품소매시장 점유율은 지난 73년만해도
49%에 그쳤으나 92년에는80%로 뛰어올랐다.

프랑스나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같은 국가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둘째는 해외시장 진출 장벽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92년의 유럽단일 시장 창출은 범유럽 판매망을 통한
각국 상품의 자유로운이동을 가능케 했다.

이는 미국과 아시아 소매업체들로서는 대단히 매력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세째는 소매업체에 물품을 공급해주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국제화되고
있다는점이다.

소비재 메이커인 유니레버사 같은 경우 전유럽에 걸쳐 생산망 재구축작업
을 추진하고 있다.

마케팅 국제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밖에 해외여행증가및 위성 TV방송 등장등으로 소비자들의 국제화
움직임도 소매업체들의 해외영업망 구축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 김병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