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의 행진이 계속된 끝에 드디어 달러당 100엔의 벽을 돌파하게 되었다.

이렇게 엔화의 가치가 계속 올라가는 것은 일본 기업의 강한 가격경쟁력을
반영한다.

현행 변동환율제는 국가간에 가격경쟁력 격차가 있을 때 환율이 자동적으로
변화함으로써 균형을 되찾을 수 있게 만든 제도이다.

엔고로 말미암아 앞으로 일본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의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그런데 환율이 가격경쟁력의 동향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80년대초 미국의 달러화가 한동안 강세를 보인 적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즈음에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갑자기 높아진 것도 아니었다.

이와 같은 달러화의 강세는 당시 미국정부가 채택했던 고금리정책의 한
결과였는데, 사실 환율은 이자율의 추이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오늘날같이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서 자금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국경의 존재는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자본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찾아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것을 본다.

어떤 나라의 이자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것은 그 나라의 금융자산이
다른 나라의 것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투기적 자금은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나라를
향해 이동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의 이자율이 년5%인데 미국의 이자율은 10%라고
하자.

그렇다면 투기적 자금의 보유자들은 앞을 다투어 미국의 금융자산을
취득하려 할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금융자산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의 화폐인 달러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외국의 투자가들은 자국의 화폐를 팔아 달러를 구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현행의 변동환율제도하에서 환율은 마치 일반적인 상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화폐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예컨대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 외국화폐에 대한 달러의 상대적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일반상품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미국의 이자율이 다른 나라의 이자율보다 더 높으면 달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이에 따라 달러화는 자연히 강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자율을 어떤 수준에 놓을 것인지의 문제는 경제안정정책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시행되는 이자율정책이 환율에
영향을 주어 다른나라 경제에도 파급효과를 미칠수 있다.

독일이 통일직후 인플레이션 위협에 대처하려는 의도로 채택한 고금리정책
에 다른 나라들이 불평을 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한나라의 경제정책이 다른나라에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례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나라와 나라사이의 상호연관관계가 날로 밀접해짐에 따라 순수히
자기 나라에서 발생할 영향만을 고려한 채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