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정쇄신위원회를 중심으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소비자보호법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있다.
특히 정부관련부서, 기업, 소비자단체등 각각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여러 집단간의 이견을 조정하느라 곤욕을 치르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자들은 소비자보호법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올바르게 가져야할 필요성이 있다.
즉 소비자보호업무의 주체와 권한에 대한 논란보다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소비자의 권리행사에 편익을 줄수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것이 소비자보호법의 입법정신이나 소비자의 기본권익보장이라는
소비자보호법의 목표에도 합치된다.
물론 법의 제정이나 개정을 법의 정신만 가지고 처리할수는 없다.
일에 신중을 기해야하고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위해 법적용을 받는
이해관계자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여기서 강조돼야할 것은 특정한 집단의 이해관계로 인해 입법이 지연
되고, 급기야 본말이 전도돼 소비자를 위한 법률개정 보다는 각집단의
이해관계가 법안검토의 초점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 이해집단은 소비자보호법의 입법정신을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고 자신의 주장이 과연 진정 소비자보호를 위한 것인지를
반성해 보아야 한다.
그런후 다시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은다면 소비자보호법의 개정
이라는 난제는 순조롭게 풀리게 될것으로 본다.
주요 입법쟁점가운데 소비자피해구제 체계에 관한 문제도 이러한
시각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된다.
현행 소비자보호법은 소비자피해구제를 가장 중요한 시책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피해구제의 신속성,편익성,공정성을 그 기본정신으로 하고있다.
법은 이러한 기본정신을 충실히 반영하기위해 한국소비자보호원및
각 지방자치단체에 피해구제기능을 부여하였고 소비자단체에는 피해
상담의 역할을 맡기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소비자가 금융 법률 의료 공공서비스등에 의한 피해를
입어 소비자보호원을 방문하는 경우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는 피해구제를
할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는 점이다.
그러면 예시한 특정분야의 피해는 왜 소비자보호법체계에 의한
피해구제 영역에서 배제돼 있는가.
이는 특정산업보호,특정집단의 폐쇄성등을 인정해왔던 우리나라의
오랜 관행의 산물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법원에 가든,한국소비자보호원에 가든,지방자치
단체에 가든, 또는 특정산업정책당국의 피해구제기구에 가든 이는 소비자
가 선택할 문제이다.
소비자에게 산업별로 또는 품목별로 정해진 피해구제기구를 찾아가라고
요구하는 것은 진실로 소비자의 입장에 있는 제도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일부에서는 피해구제기구를 2원화 또는 다원화하는 경우 피해구제기구의
서로 다른 판단에 따른 기구의 권위문제등을 이유로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으나 이같은 주장은 획일적인 사회를 벗어나 다양한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오늘날의 시대적인 당위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판결도 변경되고 하급심과 상급심간의
판결도 서로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우리사회가 획일적인 공동체가 돼서는 안된다는 헌법의 기본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아무튼 소비자의 편익과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보호법에 대한 개정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