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시장에 대한 유럽의 시장개방 압력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유럽자동차업계가 협회지등을 통해 수차례 한국의 시장개방을 촉구한데
이어 이번에는 유럽연합(EU)내 관련 자문위원회가 이를 강도높게 거론,
현지 한국 통상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EU집행위의 자문기관인 경제사회위원회(ESC)는 18일 지난 2월 집행위가
작성한 "EU 자동차산업보고서"에 대한 검토 의견을 통해 "제3국산 자동차
의 역내 진출에 대한 파급효과를 저평가하고있다"고 지적,"상호주의 원칙
에 따라 역외국가의 시장개방에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SC는 특히 대상국가중 유일하게 한국을 지칭,"연간 10만대 이상을 역내
국가에 수출하면서 수입량은 몇백대에 불과한 한국에 일반특혜관세(GSP)를
부여하는 정책은 이해할수 없다"고 강조했다.

ESC는 이어 "집행위는 한국을 포함한 역외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각종
무역장벽을 수집하고 이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며 시장개방에
적극적인 국가에 대해서는 수입을 규제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앞서 유럽자동차업계는 지난 4월과 10월등 올들어 2차례나
협회지구인 "유로피언 오토메이커스"의 표지기사를 통해 한국시장
개방을 강력히 촉구했었다.

협회지는 한국 자동차산업을 "일본을 뒤쫓는 작은 호랑이"라며 회원국의
경계심을 유발한후 "그러니까 외국차대수가 1% 미만인 세계 유일한 국가"
라고 꼬집고 있다.

협회지는 또 한국의 각종 기술및 제도적 수입장벽을 일일이 나열한후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시장 개방조건을 유럽업체들에도 차별없이
그대로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인들의 외제차 기피현상을 없애기위해 관용차를 외제차로 대체하는
방안도 고려돼야한다"며 한때 미국측이 주장한 말을 되풀이 하기도했다.

협회지는 ESC측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무역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
에서도 불공정거래국에 대해서는 반덤핑규제나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할수 있다"며 각종 수입규제 방안을 동원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유럽의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위해 이제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야
할때"란 공감대가 업계와 집행위에 폭넓게 형성 되는 분위기이다.

유럽이 한국측에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침체된 역내 자동차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한국등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시장을 파고드는게 급선무란 현실인식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전후 최악의 침체를 겪었던 유럽 자동차시장은 상반기중 일시
회복세를 보였으나 하반기들어 또다시 둔화되는 한계를 드러내고있다.

유럽 자동차산업의 규모에 비해 역내시장이 그만큼 협소한 셈이다.

반면 한국을 중심으로한 아시아시장은 오는 97년까지 그 수요가 50%이상
급증하는등 자동차수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있다.

따라서 유럽업체로서는 아시아시장중 특히 외국차의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시장 선점이 주요 과제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일본차의 위세가 수입물량 규제로 다소
주춤한 틈을 타 한국산차가 이곳을 파고들자 "제2의 일본"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고있다.

유럽업계가 "상호주의"를 내세우며 한국시장을 거세게 두들기는 것도
이 때문인것이다.

현지 한국 통상관계 전문가들은 올들어 EU가 한국산 공산품에 대한
각종 수입규제를 남발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유럽자동차업계와
자문위원회의 이같은 움직임에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무공 브뤼셀무역관 채훈관장은 "EU위원회가 최근들어 아시아관련 각종
포럼을 개최하며 이지역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점을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제, "유럽의 이런 움직임에 한적도 적극 대응, 유럽
업계 및 정부와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공식적인 로비채널을 통해 모든
공산품에 대한 EU측의 수입규제 움직임을 약화시키는 전략이 시급한때"
라고 강조했다.

[브뤼셀=김영규 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