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실버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인소비자를 겨냥한 전문의류나 건강기기 생활보조기구 식품 각종 대행
서비스 등 이른바 실버상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백화점내 판매코너나
전문매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가올 200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8%로 높아지는데다 독자적인 구매력과 상품선택권을 가진 뉴실버세대가
새로운 소비자군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고학력 고소득이 특징인 이들은 자식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부부만의 생활을
중시한다는 의미에서 Two Only No Kids 의 첫문자를 딴 통크(TONK)족 또는
뉴그레이세대라고도 불린다.

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돈을 지출할 것인가에 따라 21세기 실버시장
의 향방이 좌우될 것은 틀림없다.

미국 일본등 선진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실버용품의 수요가 확대되며
실버용품 전문점이 등장, 착실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89년 건강기기 수출업체이던 (주)대화(대표 이규연)가 서울 서초동에
개점한 45평 규모의 "실버스핸드"가 국내의 첫 실버용품전문매장.

실버스핸드는 휠체어 혈압계 노인용기저귀등 3백여가지의 노인용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진로유통센터 생활관과 롯데백화점 본점에
직영점을, 올해엔 뉴코아 과천점에 매장을 여는 등 꾸준히 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또 기저귀 방수커버 쿠션 양말 속내의 등 잡화류의 자체생산과 함께
휠체어 침대 변기 에어매트 등 고가품의 대여사업도 벌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90년 본점에 실버에이지란 이름으로 전문의류코너를
개설하고 50~60대 주부고객층을 겨냥, 리본 루이쌍뜨 폭스레이디 등을
일반의류보다 40~50% 싼 가격으로 판매중이다.

롯데는 잠실점 영등포점에도 실버용품코너를 개설, 현재 3개의 전문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올해 2월 본점에 실버의류코너를 개장한데 이어 영등포점
미아점에도 전문매장을 설치했다.

백화점업계가 이들매장에서 올리는 매출은 한달평균 6천만~7천만원선으로
어지간한 숙녀의류매장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실버산업이 마냥 장밋빛에 젖어 있는 건 아니다.

성장잠재력이 높다는데는 이론이 없지만 높은 관심에 비해 상품의 개발이나
매출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형편이다.

이는 90년대 초반 실버상품전문을 표방했던 많은 업체들이 영업부진으로
대부분 의료기구판매상 등 유사업종으로 전환한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실버스핸드의 경우도 법인설립 5년째인 작년에야 처음으로 흑자를
맛보았으며 본점의 매출액도 월간 1천만원선에서 답보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버스핸드는 최근 복지관 양로원 등 단체수요처 개발을 위해 본사매장을
전시공간으로 전면 리뉴얼했다.

이처럼 실버시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실버상품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다 상품구색의 한계, 노인층이 독자적인 소비계층으로
형성되기엔 아직 구매력이나 저변이 확대되지 못했다는 점 등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실버스핸드의 정동철부장은 "필요한 상품을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살수
있을 정도로 경제력을 갖춘 노인층은 아직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버용품 판매업체인 태광그린의 안광분사장은 "실버상품의 인지도가
낮은게 문제"라고 말한다.

국내에 소개된 실버상품이라는게 노인들만 사용하는게 아닌데다 의료용품의
경우 병원의 추천이 있기 전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등 독자적인 상품군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사회복지차원에서 실질적으로 노인들의 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개발하고 발달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욱 큰 문제는 실버시장 자체를 일본업체에 넘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실버상품의 80%가 일제로 추정된다.

21세기 실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유망한 중소기업의 지원 등 실버산업의
자생력 보강이 시급하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