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614) 제3부 정한론 : 원정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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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권력투쟁이었구나, 오쿠보가 정한파를 몰아내고 자기가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구나 싶으니, 사이고는 뱃속 깊은
곳으로부터 솟구쳐 오르는 울분을 참을 길이 없었다.
"이놈, 어디 두고보자. 음-"
절로 괴로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밤으로 혼자서 술을 마시며 주먹을 불끈불끈 쥐기도 했고, 냅다 포효를
하기도 했으며, 꺼지는 듯한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또 몰라도 오쿠보에게, 어린 시절부터 동생처럼 여겨온
그에게 이런 배신을 당하다니, 그때 당장 근위병들에게 명령을 내려 뒤집어
엎어버리지 않은게 후회막급이었다.
그러나 하루하루 사이고는 그 분노를 삭이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기분 같아서는 당장 무력봉기를 획책하고 싶지만, 그것은 홧김에 불로
뛰어드는 격이어서 결코 옳지 않으니, 느긋하게 두고 보리라 하고 분노를
도로 뱃속 깊숙이 밀어넣어 아무도 모르게 잘 간직했던 것이다.
"형님, 사실 나도 오쿠보가 대만 정벌을 주장했을때 속으로 약간
놀랐어요. 내치파의 우두머리가 해외 출병이라니 앞뒤가 안맞잖아요.
그러나 한편 잘 생각해보니 이제 오쿠보가 뭘 제대로 파악하는구나 싶었죠.
실제로 살림살이를 맡아 해봐야 사정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꿈보다 해몽이 좋구나"
사이고는 씁쓰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해야지 어떡합니까. 어쨌든 대만 정벌은 잘하는 일이거든요.
기도는 반대를 하고 나섰지만, 나는 적극적으로 찬성을 했죠"
"그래서 네가 정벌의 총지휘를 맡았군"
"그렇게 된것 같습니다. 형님도 밀어주셔야겠습니다"
"밀어주지. 마음으로..."
"아닙니다. 마음으로만 밀어주시지 말고, 실제로 밀어주세요"
"실제로 어떻게?"
"출병할 군사를 다만 얼마라도 보내주는 거죠. 우리 가고시마에도 정벌에
나서고 싶은 사족들이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나가사키로 보내주세요"
사이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좋아. 기리노와 상의해 보라구"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곧 응낙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하여 쓰쿠미치는 기리노 시노하라, 그리고 벳푸 등과 상의해서
가고시마의 사족들 중에서도 용맹한 자들 삼백명을 골라 고향의 선물인듯
기선에 싣고 나가사키로 향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6일자).
장악하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구나 싶으니, 사이고는 뱃속 깊은
곳으로부터 솟구쳐 오르는 울분을 참을 길이 없었다.
"이놈, 어디 두고보자. 음-"
절로 괴로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밤으로 혼자서 술을 마시며 주먹을 불끈불끈 쥐기도 했고, 냅다 포효를
하기도 했으며, 꺼지는 듯한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또 몰라도 오쿠보에게, 어린 시절부터 동생처럼 여겨온
그에게 이런 배신을 당하다니, 그때 당장 근위병들에게 명령을 내려 뒤집어
엎어버리지 않은게 후회막급이었다.
그러나 하루하루 사이고는 그 분노를 삭이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기분 같아서는 당장 무력봉기를 획책하고 싶지만, 그것은 홧김에 불로
뛰어드는 격이어서 결코 옳지 않으니, 느긋하게 두고 보리라 하고 분노를
도로 뱃속 깊숙이 밀어넣어 아무도 모르게 잘 간직했던 것이다.
"형님, 사실 나도 오쿠보가 대만 정벌을 주장했을때 속으로 약간
놀랐어요. 내치파의 우두머리가 해외 출병이라니 앞뒤가 안맞잖아요.
그러나 한편 잘 생각해보니 이제 오쿠보가 뭘 제대로 파악하는구나 싶었죠.
실제로 살림살이를 맡아 해봐야 사정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꿈보다 해몽이 좋구나"
사이고는 씁쓰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해야지 어떡합니까. 어쨌든 대만 정벌은 잘하는 일이거든요.
기도는 반대를 하고 나섰지만, 나는 적극적으로 찬성을 했죠"
"그래서 네가 정벌의 총지휘를 맡았군"
"그렇게 된것 같습니다. 형님도 밀어주셔야겠습니다"
"밀어주지. 마음으로..."
"아닙니다. 마음으로만 밀어주시지 말고, 실제로 밀어주세요"
"실제로 어떻게?"
"출병할 군사를 다만 얼마라도 보내주는 거죠. 우리 가고시마에도 정벌에
나서고 싶은 사족들이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나가사키로 보내주세요"
사이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좋아. 기리노와 상의해 보라구"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곧 응낙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하여 쓰쿠미치는 기리노 시노하라, 그리고 벳푸 등과 상의해서
가고시마의 사족들 중에서도 용맹한 자들 삼백명을 골라 고향의 선물인듯
기선에 싣고 나가사키로 향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