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라운드(GR)의 파고가 우리앞에 커다란 장벽으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기업및 정부차원의 대책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내년도 출범과 함께 구체적인 GR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정부와 기업차원의 대비는 물론 민관합동
의 공동전선을 펴나가는등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중이다.

우선 정부는 지난 92년 리우회의 폐막이후 그해 8월 종합대책기구로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16개 정부부처 지구환경 관계장관대책회의를
구성, 지금까지 30여개 과제 1백20여건에 달하는 GR관련 안건을 심의하는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종합대책기구외에도 환경처는 그린라운드대책협의회, 경제기획원은 대외
정책기획팀내에 환경관련 대외협상전문반, 외무부는 지구환경외교대책반,
공업진흥청은 환경경영표준화대책팀등을 각각 가동시키고 있다.

또 상공자원부는 지난 4월 민관합동의 그린라운드산업대책반을 구성,
총체적인 GR대책에 나섰다.

이 대책반은 상공자원부와 공업진흥청등 정부기관외에 무협 전경련 경총
무역진흥공사 산업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등 관련단체와
연구기관이 참여한 범국가적인 기구로 현재 무역및 환경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4개주제로 나누어 중점 연구하고 있다.

기업들도 GR에 대비, 그동안 다각적인 대응책을 모색해 오면서 최근엔
더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89년 회원사중 30개 주요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산업환경
위원회를 출범시켜 각종 환경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또 경총은 개별기업들이 GR체제에 대비하기 위해 신설 또는 재편한 환경
관리조직을 효율적으로 지원키 위해 운영및 관리실태를 진단해줄 환경본부를
이달중 설립할 예정이다.

경총은 이밖에 오는 97년 환경인증원을 세우기로 하는등 각종 국제환경규격
에 대한 자문역할을 수행할 채비를 갖췄다.

현대 삼성 럭키금성등 각 그룹은 UR타결로 향후 그린라운드의 파고가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 환경투자를 최우선과제로 인식, 그룹차원의 환경전담
조직을 별도로 설치하는등 환경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는 오래전부터 계열사별로 환경관리부를 설치.운영,오염방지업무와
GR에 대비해 오면서 최근엔 각종 오염처리를 위한 환경산업에 적극 투자함
으로써 그린라운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은 지난 92년6월 그룹환경선언을 선포하고 93년5월 지구환경연구소를
출범시켜 환경규제에 대해 선행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모토아래 국내외
환경정책의 동향과 전망을 이곳에서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대우는 지난 92년 7월 각 계열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그룹환경위원회를
발족하는 한편 각사별로 환경관리조직을 대폭 강화시켰다.

럭키금성은 전사환경관리위원회를 설치, GR에 체계적으로 대처해온데
이어 지난3월 석유화학과 산업건재 정밀화학등 각 사업부문별로 그린라운드
대책위를 별도로 발족시켜 관련부문별로 각종 국제협약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두산은 그룹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그룹환경위원회이외에 그룹기획실내에
7명의 환경전담요원으로 환경개발부를 별도로 설치, 환경정책의 수립과
사업장의 환경진단업무를 맡도록 했다.

한국화약은 그룹환경위원회를 만들어 "에코 2000"이라는 전사적 환경관리
운동을 통해 조직적인 대비활동을 펴고 있다.

이밖에 선경 코오롱 기아 쌍용 동부그룹과 포항제철등 모든 대기업들도
그룹차원 혹은 계열기업별로 환경문제를 전담 처리하는 협의체를 운영중
이다.

이처럼 탄탄한 조직과 경영능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GR에 나름대로 대비책을
갖추고 있지만 환경투자에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큰 타격이 예상된다.

대기업이 수출하는 제품을 하청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의 수준이 이를 뒷받침
해줘야 GR에 완벽하게 대응할수 있으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은 이제 환경비용을 투자로 인식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이를 지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기술적 재정적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환경친화적인
기술과 상품에 대한 일방적인 요구는 곧 중소기업을 도산으로 몰고 갈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기협중앙회는 자구책으로 지난달 27일 그린라운드에 체계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한 그린라운드실무대책반을 구성,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그린라운드에 관한 조직적인 활동이나 정보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이제 이 협의체를 구심점으로 체계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