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란 칸 <하노이동남아연구소 연구원 ]]]

고속경제성장에 따른 빈부의 격차와 사회적 불안정.

개발도상국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딜레마이다.

베트남도 예외가 아니다.

시장경제의 도입으로 사회주의의 가난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안으로는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하노이 동남아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재직중인 트란 칸박사는 최근 시장경제
도입으로 베트남이 앓고 있는 개혁부작용을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칸박사의 글을 요약, 소개한다.

베트남의 사회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76년-80년까지 3-4배 수준이었던
베트남의 빈부계층간 소득격차는 도이모이(베트남의 경제개혁)가 시작된
80년대 들어서 6-8배로 벌어졌다.

90년-93년사이에는 농촌지역에서 20배, 도시지역에서는 40배로 급속히
심화됐다.

이에따라 실업,주택,교육, 보건등 생활의 기본여건마저 빈부에 따라
심각한 차별을 받는 열악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지난 89년 5.8%를 기록했던 베트남의 실업율은 91년 12%, 93년 15-20%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베트남정부가 관료기구와 국영기업의 감량을 추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에도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자본주의의 고질병인 투기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90년-93년사이 호치민시와 하노이시 도심의 부동산가격은 5배나
뛰었다.

최근 하노이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시민의 5%인 연간
1천달러 이상 소득가구만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의 부작용은 교육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개혁이전에는 국가의 보조금이나 지방정부의 도움으로 싼 값에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경제도입과 함께 정부가 학교에 대한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면서
국민들의 교육비부담이 급증했다.

국제적기준에 비춰볼때 베트남 국민들의 교육비부담액수는 아직 미미하지만
공무원 월급이 30달러에 불과한 베트남 국민의 소득수준에서는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이때문에 최근 베트남의 취학율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9학년(중학3년에 해당)의 자퇴율이 40%에 이른다는 사실은 이같은 추세를
잘 반영해 준다.

교사들의 박봉은 질 낮은 교육을 낳고, 열악한 교육환경은 이같은
중도자퇴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85년 교사 월급은 쌀 87kg의 값에 해당하는 4백25동이었지만 91년에는
쌀 37kg분으로 절반이상 줄어들었다.

유능한 교사들은 점차 교단을 떠나가고 있다.

이제 베트남에서는 부자들만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개혁의 부작용은 보건분야에까지 번졌다.

89년-90년사이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환자의 35%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40%는 약을 구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이 모두 시장경제도입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도이모이덕분에 베트남 국민들이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도처에 문제점 투성이인 것처럼 보이는 탓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에서 자유경제로 이행하는 과도기
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경제불균등을 해결할 정책을 모색하는 일이다.

경제발전이부의 불균등을 낳는다는 이유로 경제개혁을 중단하거나 개혁의
고삐를 늦추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