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경악과 분노를 넘어 인간의 잔인성에 전율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이토록 깊게 병들었는가
하는 한탄과 자성의 소리가 온통 장안을 뒤흔든다.
우리가 놀란 것은 이러한 흉포한 범죄를 범하고도 태연자약하고 자기가
마치 소설에 나오는 임꺽정같은 의적처럼 행동하는 범인의 안하무인격인
방자한 태도다.
그러나 이와같은 잔인무도하고 인륜을 무시하는 범죄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끔찍한 범행이 일어날 때마다 한참 법석을 떨고는 금세
잊어 버리는 일과성적 국민의 도덕적 불감증이다.
더구나 자동차에 치여 죽어가고 있는 행상을 구조해줄 생각을 하지 않고
그사람 지갑에서 떨어진 돈을 줍는 일반대중의 행동은 우리 국민의 도덕적
타락과 천민정신이 어느 수준까지 이르렀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더욱 한심스럽고 놀라운 것은 이와같은 행동이 흉악범의 범죄행위와
조금도 다름없는 지극히 반도덕적 반인륜적인 작태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퍽이나 너그럽고 미온적인 점이었다.
이들의 행위는 바로 미필적 고의가 있는 불작위에 의한 살인이요, 절도
행위가 아닌가.
혹 법률적으로 범죄가 구성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도덕적 인륜적으로
도저히 용서받기 어려운 행태인데 이 사회는 이처럼 관용으로 그저 무관심할
뿐이다.
우리는 지금 신한국창조를 주창하고 선진국이 되려고 온 국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도덕적 문화적 선진성을 갖추지 않고는 선진국이 될수 없다.
아무리 물질적 풍요를 누릴수 있어도 정신적 황폐가 이 지경에 이르고
사회질서가 문란해서는 선진국도 될수 없고 사회 공동체가 함께 더불어
행복해질수도 없다.
생명경시의 풍조나 인간성 상실의 정신적 질환이 사회 곳곳에 만연되고
있다.
이와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사회가 온통 법석을 떨지만 정작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세우는데는 지극히 소홀하다.
다가오는 새로운 세기에 우리나라가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선두그룹에
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덕관의 정립이나 사회공조체제의 구축을 더이상
늦출수 없다는 절박한 지경에까지 왔다.
최근 사건이 터지자 언론은 너도나도 그 책임을 사회구조와 환경탓으로
돌리는 범인들에게 동조하는듯 보였다.
이들 범죄의 원인을 개인책임보다 천민자본주의의 결과인 빈부격차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환경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유물론의
잔재다.
인간의 가치와 자유를 최대로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행동과
자유를 존중하되 그 결과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개인에게 묻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의 원인이 인륜을 경시하고 인간가치의 존엄성
을 무시한 교육과 경제가 발전하고 도시화 산업화에 따라 발생하는 물질
문명과 정신문화의 괴리현상에 대한 준비부족에 있다는 것도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구성원의 비인간적 행위나 범죄행위에 대하여 분노하고 부정을
고발하고 책임을 물을줄 아는 시민의식 질서의식이 박약하다.
생활의 풍요와 함께 규범적 행동과 도덕적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질서
있는 사회, 건강한 선진사회는 요원할 뿐이다.
민족공동체로서 함께 잘살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이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걱정하고 일어서야 할때다.
단기적으로는 사회지도자의 솔선수범을 통해 질서파괴와 부정을 바로잡고
사회기강을 바로 세우는데 정책적 노력을 해야한다.
문제가 터질때마다 야단법석을 떨다가 곧 잊어버리는 일과성 정책이
되어서는 안된다.
결국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로운 창의성을 존중하고 사회규범과 질서를
준수하여 절도있는 사회생활을 영유할수 있는 건강한 소시민교육이 지속적
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성교육과 훈련은 학교 사회 가정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함께 행해야 성공할수 있다.
특히 물질적 풍요로 인해 초래되는 오늘날의 사회적 모순과 병리현상에
대해서 우리 사회의 모든 개인과 집단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재화생산과 고용창출의 경제적 역할이 기업 본래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그러나 이제 기업과 기업인은 핵심적인 사회구성요소로서 우리 사회의
시민적 의무와 역할을 다하는 기업시민정신(Corporate citizenship)에 따라
도덕성과 봉사정신에 기초한 사회의 발전과 건전한 사회윤리를 확립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인이 앞장서서 기업에 대한 오해나 시장경제및 자유경쟁
에 대한 이해부족등 국민경제의식의 함양을 위한 교육사업을 전개하는 사회
계발에 힘쓴다.
또 사회봉사및 농어촌지원 환경보전및 복지사업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을
함으로써 기업이 훌륭한 기업시민(Good Corporate Citizen)이라는 이념하에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인 관심과 지역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와 같은 사회계발이나 사회공헌등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사회병리현상을 치유하고 건전한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일조
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