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업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가격파괴"의 바람이 국내기업에도
본격적으로 일고 있다.

그런 가운데 관련외서들이 속속 소개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달안에 출간될 "초가격파괴의 시대"와 "가격파괴의 선언-양복의
아오야마"가 화제의 책들. "초가격파괴의 시대"는 일본의 저명한 경제
평론가 하세가와 게이타로(장곡천경태랑)씨가 지난 7월 동양경제신보사
에서 출간한 것으로 한국사회연구소 연구원인 위정현씨가 번역, 18일께
사민서각에서 출판된다.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스키이주미 히로시(월천박)씨가 지난해 6월 펴낸
"가격파괴의 선언-양복의 아오야마"(상업계간)는 이달말께 21세기북스
에서 나올 예정이다.

"가격파괴"는 엔고 여파에 의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싸진 일본에서
수입상품 유통으로 가격을 낮추면서 생겨난 신조어.

그러나 현재는 그 의미가 확대돼 원가절감 물류구조 개선등에 의해 원래
제품가의 절반 이하로까지 가격을 낮추는 "가격폭락"을 뜻한다.

IBM과 컴팩사가 주도한 미국 PC시장에서의 30% 가격인하,미국 최대의
소매체인점 월 마트에 의한 유통혁명,영국 신문업계의 가격전쟁등이
이 개념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디스카운트스토어 창고형클럽 아웃렛등 선진 신업태 도입과
가전3사의 경쟁적 가격인하등으로 "가격파괴시대"에 돌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새로 출간될 가격파괴관련서는 가격파괴의 성공사례와
이론적 배경등을 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격파괴의 선언-양복의 아오야마"는 경이적인 가격인하에 힘입어 83년
1백억엔 규모의 중견체인점에서 92년 일본의류전문점 전체매출액과 기업
우량도에서 1위로 올라선 신사복점 아오야마상사의 성공비결을 파헤친 책.

아오야마는 자신들의 주력종목인 양복을 90% 할인해 한벌에 2천5백엔
(2만원)에 판매하는 괴력을 보였다.

저자는 아오야마가 이같은 성공을 이룬 가장 큰 요인으로 "조기발주,
전량매수"전략을 들었다.

2백여개에 이르는 협력회사와 공동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된 제품은
전량 사들이는 방식으로 중간도매단계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하청업체들 역시 아오야마상사가 재고리스크를 없애주기때문에 싼값에
납품할 수 있다.

이 방법만으로 제조원가의 25%를 절약한 아오야마는 이를 일본전역의
5백여개에 달하는 직매장을 통해 판매함으로써 다시 가격을 낮췄다.

도쿄시내보다 땅값도 싸고 운반비도 절약할 수 있는 교외에 점포를
개설한 전략도 "가격파괴"를 성공한 주요 요인중의 하나로 꼽힌다.

"가격파괴의 선언-양복의 아오야마"가 사례를 다룬데 비해 "초가격파괴
의 시대"는 가격파괴 현상의 원인,그 귀착점 그리고 경영자들의 행동지침
을 제시한 이론서이다.

저자 하세가와씨는 이 경영전략이 얼핏 일시적인 불황타개책으로 채택된
것 같지만 실상 그 이면에는 세계경제의 커다란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치열한 자기혁신의 움직임이 숨어있다고 강조한다.

가격파괴를 만들어 낸 장본인은 사회주의권 몰락으로 요약되는 세계
정치체제의 변화라는 것이 그의 주장.공산당체제의 붕괴는 전세계적으로
군비축소 전략물자 가격하락 퇴역군인 증가에 따른 노동력과잉, 임금
인하에 이르는 일련의 파급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구촌의 변화기류를 개별국가들은 어떻게 수용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이를 세가지로 압축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규제및 보호망 철폐,국영기업의 민영화,국제화의 적극추진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가격파괴시대를 버틸 수 있는 리스트럭처링을 서둘러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궁극적 귀결은 관료제도의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