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햇볕은 차라리 불이었다.

38.4C를 기록했던 지난 7월말의 무더웠던 그날 90년만에 찾아왔다는 그
더위 속에서도 우리 총무처테니스구락부 회원들은 과천소재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운동을 하기 위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흘러내리는 땀방울,그 땀방울들은 테니스 티셔츠를
완전히 적시고 바지까지도 적신다.

그래도 지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다해 뛰어다니는 회원들의 모습에서
젊음과 패기가 용솟음 치는것 같다.

총무는 지하 1백80m에서 나온다는 약수물을 떠다가 냉장고에 집어넣기에
바쁘다.

토요일 오후 3시경에 모여 해가 질때까지 교대로 게임을 하다보면 보통
5게임 이상을 하게된다.

그날도 서로 질세라 4~5게임을 하고는 게임이 끝났다.

자동으로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나면 몸도 마음도
산뜻해진다.

샤워후 운동장 옆 언덕위 잔디에 모여 앉아 준비해온 맥주와 음료수를
마시는 그 맛이란!

상위직과 하위직이,남직원과 여직원이 한데 어울려 직장 돌아가는 분위기
와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렇게 주말이면 모여서 운동을 함께하는 우리 테니스구락부는 꽤
전통이 깊다.

지난73년4월12일 건전한 여가선용과 회원간의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창설된 우리 테니스회는 처음 10여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80여명에
이른다.

고문인 윤창수소청심사위원장을 비롯하여 부회장 최임규행정연구원
사무국장, 운영부장 박인상 복무담당관, 총무 조성열정부합동민원실
사무관 그리고 필자와 80여명의 회원들이 있다.

올림픽조직위원장을 역임했던 박세직민자당의원과 정문화 전부산시장도
우리회의 회장출신이다.

우리 모임은 매년 5월말에 A,B,C 그룹으로 나누어 정기대회를 개최하고
년3~4회 수시로 대회를 갖는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 시간이 허락하는 회원이면 누구나 참석하여 모임을
갖는다.

우리회는 그동안 중앙행정기관대항 동호인테니스대회에 참석하여 3위
입상을 2차례 한 바 있고, 금년에는 8강에 진출한 바 있다.

장미꽃 향기 그윽한 녹색으로 둘러싸인 테니스장에서 황색의 주먹만한
공을 큰 파리채와 같은 라켓으로 휘두르는 이 운동도 꽤나 기술과 체력,
그리고 끈기가 요구된다.

각기 저마다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오늘도 벽치기를 하면서
기술연마에 땀을 쏟는 회원들.

그들은 사무실내의 생활에서도 항시 적극적이고 솔선수범할 뿐만 아니라,
상급자에게 예의 바르고 하급자를 사랑할 줄 안다.

서브를 넣기전에 인사하는 법부터 가르치는 운동이기 때문이리라.

금주 토요일도 회원들과 함께 뛰어 놀 테니스장을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