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사에서 가장 오랜 세월의 풍상을 겪어온 사찰인데도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오늘날에는 조계종의 말사에 지나지 않는 존재가 되어 있으니 그럴수밖에
없다.
불교가 한국에 처음으로 전래된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2년(372)이었고
백제에는 그 12년뒤인 384년(침류왕 1년)에 불교가 들어 왔다.
중국 동진으로부터 바다를 건너 불교를 백제에 전래시킨 인도의 고승
마라난타가 그때 불회사를 세웠던 것이다. 1600년이 넘은 일이다.
그뒤 이 절은 통일신라말에 도선에 의해 중건된데 이어 조선도 태조2년
(1402)에 이르러 원진국사에 의해 중창되었으나 6.25전란때 일부 전각이
소실된 이후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
현존하는 건물들로는 1402년에 중창된 대웅전 명부전 칠성각 유진각
등이 있다.
도유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어 있는 대웅전은 정만 3칸, 축엔 3칸의
팔각지붕으로 건축기법이 뛰어난 것이다.
대웅전 안에 봉안되어 있는 석가모니불은 아주 보기드문 종이불상으로
눈길을 끈다. 두터운 통판자로 짠 문짝들은 창살무늬와 불상 화조등이
새겨진 희귀한 것이었다.
6.25때 공비들이 그들의 소굴을 덮기위해 떼어 갔다고 한다. 애석한 일이
아닐수 없다.
200여년전에 개수한 명부전은 정면 3칸,측면 2칸의 건물이고 칠성각에는
칠성댕화와 산신댕화, 원진국사의 영정이 보관되어 있다.
그밖에도 이 절 경내에는 당간지주 2기와 높이 1.7개가량의 원진국사
부도가 있고 절 입구에는 중요민숙자료 제11호로 지정된 돌장승이 있다.
최초에는 이 절의 경내에서 서쪽으로 250여개 떨어진 산자락에서
고려후기로부터 조선시대중기에 걸쳐 제작된 석제나한상조각 수백점이
국내 최초로 무더기 출토되어 오백나한상이 이 절에 봉안되어 있었다는
추정을 낳게 하고 있다.
오백나한은 석가모니가 열반하기 이전에 가르쳤던 500명의 뛰어난
제자들이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에서만 숭안되는 불교의 성자들
이다.
지금까지 그림이나 기록으로만 전해져오던 고려시대와 조선전기
나한상의 특징과 양식을 규명해줄 출토자료라는 점에서 그 의의는
크다 하겠다.
한국불교사의 원류의 숨결이 서린 불회사를 다시금 되짚어 보는 계기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