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실버타운의 원조인 장수원.

지난 50년 도쿄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가나카와현
오다하라시하코네에 세워졌다.

주변은 유명한 온천관광지다.

장수원의 역사를 보면 일본 실버타운의 생성.변천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설립자는 "한 가족인 입주자들을 친부모처럼 모시자"란 운영철학으로 이
시설을 44년간 의욕적으로 운영중인 가토 다이준(70)씨.

"2차 세계대전후 서구의 개인주의가 들어오고 전승을 장담했던 부모세대의
말이 거짓말임을 알게 된 젊은 세대가 부모들을 모시지 않는 풍조가
퍼졌지요"

이런 상황에서 차남인 가토씨는 홀어머니를 모시면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노인들을 함께 모실 수 있는 생각을 해냈다.

현재의 위치인 6천여평을 헐 값에 매입, 무료양로원을 세운 것.

그러다가 지난 63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돼 유료양로원에 대한 근거 규정이
생기자 이 시설을 실비유료양로원(운영비일부 국가보조)으로 바꿨다.

입주를 희망하는 노인들을 더 수용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가토씨는 지난 70년부터 "종합실버타운" 확장계획에 착수, 지난해
공사를 마무리지었다.

투자건축비는 약 25억엔.

"지난 60년 전국민연금제도가 실시돼 70년대부터 연금혜택을 받는 노인들이
일부 생긴데다 90년부터는 모든 노인들이 매달 꼬박꼬박 연금을 받는시대에
접어들 것에 대비한 것이지요"

우선 기존의 실비양로원외에 완전한 영리목적의 유료양로원을 오픈했다.

또 65세이상으로 간병을 필요로 하는 아픈 노인들을 위한 특별양호홈도
만들었다.

동네노인들을 낮에 모셔오거나 집으로 찾아가 목욕 급식 물리치료등을
유료로 시켜드리는 일일노인복지센타도 함께 세웠다.

입주노인들이 심하게 아프면 유료양로원에서 특별양호홈으로 옮겨 치료
간병해준다.

또 사망하면 가족에게 알리고 대신 장례식을 치러주고 입구 납골당에
안치해 주기도 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사회복지국가의 구호라면 장수원의 모토는
"의.식.주에서 무덤까지"이다.

장수원의 시설수준은 중급이지만 가토씨는 실버타운의 소프트웨어 부문
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1인자다.

입주 신참들은 우선 가토씨로부터 "여러 분은 지금까지 교수 공무원
농부 청소부등으로 살아왔지만 오늘부터는 모두 한 가족입니다"라는 "인간
개조교육"을 받는다.

점심시간 직후인 오후1시10분 이용미용실.

40대 여자미용사가 80,90대 노인 10여명을 모아놓고 일본전통가요를
가르치고 있다.

휴게실에서는 당구 바둑 마작을 즐기는 할아버지들의 표정에서는 외로움을
별로 찾아볼 수 없다.

8년전 남편과 사별해 혼자 살다 5년전 집을 팔고 은행적금을 타서 입주한
흐루사와 기미코 할머니(81)는 "특별노인홈의 병상에 누워있는 노인들을
빼고는 입주자들이 무언가를 찾아서 하도록 직원들이 도와주기 때문에
심심할 겨를이 없고 남자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고 활짝 웃었다.

장수원내 최고령자인 오카다 스코시옹(103)도 식당에서 식기나르는 일을
거든다.

종신이용권형으로 입주금 1천4백만엔(6평)-4천5백만엔(25평)에다 월관리비
는 13만엔-23만엔이다.

관리비는 식비포함이고 매년 소비자물가 인건비를 감안해 입주자와 직원
등으로 구성된 운영간담회에서 인상할 수 있다.

중간해약 반환금은 관리비 3년치를 미리 떼고 잔액을 15년간 감가상각하는
방식이다.

유료양로원 1백70명, 실비양로원 70명, 특별양호홈 80명등 3백20명이 1백%
꽉차있는 장수원엔 항상 신청자가 줄서있다.

<하코네=정구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