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유사이래 줄곧 페스트에 실달려 왔다. 기원전3000년 버팔로에서
만연된이후 수억의 인명을 앗아간 대역병이었다.

서기54년에는 이집트로부터 교역로를 따라 소아시아를 거쳐 콘스탄티노플
그리스 이탈리아 라인강유역에 이르기까지 사상 최악의 페스트가 번졌다.

52년간이나 창궐하여 무려 1억명이 죽었다. 당시의 세계인구로 볼때는
엄청난 재난이었다. 서기664년에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페스트가
대유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뒤 12세기들어 60년간이나 유럽대륙을 휩쓴 페스트는 14세기에
이르러 유럽인구의 4분의 1인 2,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감으로써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오죽하면 라틴어로 "공포"를 뜻하는 "흑"자가 붙은 "흑사병"이라는
명칭이 생겨 났겠는가 가늠이 되고도 남는다.

특히 1348년이 그 극에 이른 해였다고 로마순례에 나왔던 100만명의
유럽기독교도들중 10만명만이 살아서 고향에 돌아온 정도였었다.

또 1665년6월 런던에 번지기 시작한 페스트는 그 다음해 9월2~5일
런던시가의 5분의 4를 잿더미로 만든 화재로 잠재워지긴 했으나
6만8,000명의 목숨을 앗겼다.

당시 런던거리에서 어린이들이 부르기 시작해 후세에 전해진 동요가
그 침상을 짐작케 한다.

"장미꽂 반지(빨간 발진) 31면/주머니엔 꽃다발(병의 악취를 막아 준다고
생각했던 약초와 꽃의 다발) 가득/에취! 에취!(병이 걸렸을때 하는 기침)
/우린 모두 쓰러지네" 유럽에서는 1720년 남부프랑스의 마르세위의 메스트
만연을 마지막으로 그 자취를 찾아볼수 없게 되었으나 세계의 다른 지역
에는 아직도 공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1910년에는 몽고에서 발생한 페스트가 중국의 만주지방에 번져 수만명의
사망자를 냈는가하면 최근 몇10년 사이에도 남아메리카의 중부에서 북부,
아프리카의 중부,이란 인도 버마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등에서
페스트가 유행된바 있다.

페스트가 근년의 발병지역들인 인도오아 중국에서 또다시 고개를 들어
옛날의 흑사망령이 되살아난 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움을 떨쳐버릴수
없다.

한국은 거의 발생된 일이 없는 지역이긴 하나 교역로를 따라 번지는
선례로 미루어 볼때에는 강 건너 볼만도 아니다.

더우기 현대의학으로는 완벽하게 방역될수 없는 병이고 보면 공포의
대상이 아닐수 없다. 방역당국의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