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봉진부장 현지취재 ]]]

하이네켄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고급맥주의 대명사다.

그러나 52억달러에 달하는 지난해 매출액중 네덜란드 국내에서 판매된
하이네켄의 양은 겨우 12%에 불과하다.

나머지 88%는 네덜란드를 제외한 유럽국가들(37%)과 아시아및 호주(25%),
아프리카(15%),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서구지역(11%)에서 판매됐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하이네켄이 세계각지에서 "프리미엄"맥주의 위치를
구축하고 있는 이유가 루이 파스퇴르의 제자가 개발했다는 "A효소"의
비효에 있다고 믿는다.

그도 그럴것이 독특한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이네켄은 이 효소를 2주에
한번씩 세계각국의 생산거점으로 직접 공수한다.

필립스(전자), 로열 더취 쉘(석유), 유니레버(화학), AKZO-NOBEL(화학),
KLM(항공), ABN-AMRO(은행), 네덜란드생명(보험)등도 하이네켄 만큼이나
"무언가 다르다"는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네덜란드 기업들이다.

최근에 북한이 외국에서 빚을 얻어오며 발행했던 지급불능채권을 되살려
보겠다고 나선 은행도 네덜란드계 ING은행이다.

그러나 인구 1천5백만명밖에 안되는 자원빈국 네덜란드가 하이네켄이나
필립스같은 국제기업들을 보유하게 된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네덜란드인들의
"토털마케팅"의식에서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홍식씨(48).그는 호텔이나 고급음식점에 대해 경영컨설팅도 하고 물품도
납품하는 중소기업인이다.

그의 회사를 오늘처럼 튼튼한 기반위에 서게 만든 제품은 다름아닌
네덜란드산 농축커피.

종이우유 크기 하나면 몇백잔의 커피를 신속하게 만들어 낼수 있는 이
농축커피는 일손이 달리는 호텔이나 음식점에서는 안성마춤이다.

수십억에서 수백억달러의 매출을 가진 물품들과 비교하면 이정도의 물품은
하찮은 품목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재 네덜란드대사관의 상무관은 정기적으로
HRS를 전화로 찾아 "농축커피의 판매에 애로사항이나 없는지, 또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없는지"를 물어 온다.

진정한 의미의 시장실사와 고객의 고충을 듣기위해 수시로 전화를 걸어
오는 것이다.

정홍식씨는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대사관의 관심은 정신적인 지원이 될뿐
아니라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증진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토털마케팅이 과연 무엇인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나라 해외 대사관들이 모양새 좋고 위신 깎이지 않을 자리만 찾아
다니며 선비연하려는 태도와는 큰 대조를 이룬다.

A 판 독 통상장관을 만났다.

지난 8월 취임이후 외국인 언론인으로는 기자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서도 한국기업이 네덜란드에 투자를 하면 이런면
저런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성심껏 설명하려 했다.

장관까지 세일즈에 나서는 프로정신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9월초 네덜란드 대사관은 이선기 전 대한무역진흥공사사장을 단장
으로한 30명 내외의 대네덜란드 투자유치단을 초청, 네덜란드를 소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주)쌍용의 인흥기이사는 "우리들이 최종결정을 내릴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네덜란드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아침부터 자정이 넘어서까지 성심껏 노력하는 모습에서 네덜란드인들의
저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내일을 내다본 오늘의 모심기라고나 해야할까.

로테르담 항구에서 큰 배들을 예인하는 "코턱"(KOTUG)사의 톤 코렌 사장은
어디서 구했는지 태극기를 그의 예인선에 달고 한국투자단을 향해 큰
경적소리를 올려가며 "시위아닌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세계는 이미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다.

모든 국가들이 생존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네덜란드인들은 그 돌파구를 "토털 마케팅"에서 찾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