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동통신이 전세계 위성통신망인 "이리듐"사업에 참여키로 했다는
소식은 국내 통신시장개방에 대응하는 우리 업계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일로 평가된다.

우리 업체가 국제위성통신사업에 자본참여하는 것은 지난3월 현대전자와
데이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글로벌스타"프로젝트에 참여키로 결정한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이다.

정보통신산업은 최근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하면서 종래의 영역구분이
무너지고 업종간 흡수 합병이 활발해져 각국간에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분야다.

지금 일본 교토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회의에서 보듯
선진국간에는 개도국통신시장을 선점키 위한 각축이 치열하고 개도국은
자칫 선진국의 정보식민지로 전락할까봐 자국시장 방어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통신업체들이 잇따라 국제위성통신망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국내 통신산업의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게될
것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이용자측에서 보면 세계 구석구석의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분석.
전달할수 있어 국제경쟁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통신서비스산업측면에서는 현재 미국보다 3배나 비싼 가입비도 대폭
인하되어 이동통신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수 있다.

다음으로 관련 기기제조업체들의 입장에서는 통신기기의 수출확대는
물론 선진기술습득을 통한 기술자립화에 큰 도움을 받게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와 업계가 국제 위성통신사업진출에 따르는 다음
몇가지 문제점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첫째 통신주권문제를 소홀히 다뤄서는 안된다.

지금은 각국이 통신사업을 철저한 정부규제하에 두고 있으나 전세계가
단일통신망으로 연결되면 영역이 허물어져 개방의 걸음마단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큰 충격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둘째 아직도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국내업체들이 영역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것을 방치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국제 위성통신사업은 현재 10여개가 난립해 있지만 그 사업성이 검증된
것은 없고 빨라야 오는 98년께에나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10여개 프로젝트의 서비스가 2000년께 거의 동시에
시작되면 사업성여부는 제쳐두고라도 위성전파과잉으로 오히려 원활한
서비스가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국내업체들의 사업참여와 국내 사업권획득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방관적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예상되는 업계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분명한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3일자).